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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드라마 <제너레이션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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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최근 독일 관련 뉴스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소식은 브라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날아왔다. 총 세개의 뉴스였는데 하나는 지난달 초 미국에서 89살의 나치 전범이 체포되었다는 내용, 또 하나는 이달 초 미국에서 독일로의 추방 절차를 밟던 93살 나치 전범이 사망했다는 소식, 마지막은 독일 정부가 2015년까지 출판이 금지됐던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그 이후에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였다.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시기임에도 공소시효가 없는 전쟁범죄의 심각성을 환기시킨 대표적 사례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작품이 제2차 세계대전을 독일인의 시점으로 그려 화제가 됐던 드라마 <제너레이션 워>다. 지난해 독일의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에서 방영된 이 3부작 미니시리즈는 독일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외 시상식의 호평과 함께 수십개 나라에서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원제는 <우리들의 아버지, 우리들의 어머니>라는 뜻을 갖고 있고, <제너레이션 워>는 6부작으로 편집된 미국 방영판 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엔티브이>(CNTV)를 통해 방영되었다.
드라마는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동부전선에서 전개된 독일과 러시아의 전쟁을 중심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로 자란 다섯명의 젊은이다. 용감하고 냉철한 국방군 장교 빌헬름 빈터(폴커 브루흐), 그의 지적이고 심약한 동생 프리트헬름(톰 실링), 빌헬름을 사랑하는 간호사 샤를로트(미리암 슈타인), 미모의 가수 지망생 그레타(카타리나 쉬틀러), 그녀의 연인인 독일계 유태인 빅토르(루트비히 트렙테)는 전쟁이 곧 끝날 거라 믿고 재회를 약속하며 헤어진다.
하지만 그해 크리스마스 안에 승리로 종결될 것이라던 전쟁은 기약 없이 지속되고 양상도 인종 대학살로 바뀐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 젊은이들 역시 서서히 변해간다. 가족 같았던 친구들이 운명의 교차로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일도 벌어진다. 드라마는 청년들을 괴물이나 체제의 순진한 희생양으로 단순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권력의 도구이자 체제의 공모자로 기꺼이 이용당했던 그들의 욕망과 그것이 훗날 배반으로 돌아오는 부조리를 냉철한 시선으로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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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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