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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31 21:48 수정 : 2015.12.31 21:48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콜로니>

해가 바뀔 때마다 지난 1년을 결산하는 ‘올해의 단어’가 여기저기서 발표된다. 그중 가장 자주 인용되는 매체인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2015년의 대표 단어로 접미사 ‘이즘’(-ism)을 꼽았다. 지난 한 해 사전 이용자들이 많이 찾아본 단어가 사회주의(socialism), 파시즘(fascism), 인종주의(racism), 공산주의(communism), 자본주의(capitalism) 같은 말이었다는 데서 선정됐다.

적어도 근래의 미국드라마를 보면 이 같은 결과가 잘 들어맞는 듯하다. ‘사회주의’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검색된 ‘파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유난히 눈에 띈 한해였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독일과 일본이 세계를 양분해 통치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높은 성의 사나이>나 외계 세력이 지배하는 지구의 이야기를 다룬 <차일드후즈 엔드>와 <폴링 스카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제국’의 통제에 대한 불안과 저항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듯 새해부터 또 하나의 드라마가 ‘파시즘’에 대한 사유에 가세했다. 지난 12월 파일럿을 공개하고 이달 중순부터 정규 방영을 시작하는 <유에스에이 네트워크>(USA network)의 신작 <콜로니>다.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아직 그 정체와 침략의 목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외계 세력에 의해 자유를 빼앗긴 식민지 미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한 평범한 미국 중산층 가정의 하루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인다. “엘에이의 하루는 오늘도 지루하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한 라디오 진행자의 쾌활한 날씨 소식과 함께 주인공 윌(조시 할러웨이)의 가족이 등장한다. 아빠는 자녀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엄마는 어린 딸을 돌본다. 그런데 5분여가 지나고 나면 집을 둘러싼 철담장이나 자동차를 찾아볼 수 없는 거리와 같은 수상한 풍경이 목격된다.

일상적 풍경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외계인과의 사투나 생존보다는 통제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이 작품의 태도를 암시한다. 실제로 드라마를 지배하는 공포는 강력한 적보다 점령 치하에서 변화된 사람들의 모습에서 비롯된다. 작품에서도 대놓고 질문을 던진다. 동족을 배신하고 지배자에게 순종할 것인가, 아니면 레지스탕스처럼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인가.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이들조차도 결국은 이 극단적인 삶의 두 방식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던 윌이 모종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나 아내 케이티(세라 웨인 콜리스)가 어떤 결단에 직면하게 되는 모습은, 파시즘의 진정한 공포가 그처럼 다른 삶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는 밀실에서 온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콜로니>의 질문은 모든 형태의 파시즘을 향한다. 획일화된 자본주의나 극단적인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는 사회에도, 유사파시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을 살 만한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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