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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후디니 앤 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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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후디니 앤 도일>
적어도 주인공 명성만큼은 범죄 수사물 사상 제일 화려한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후디니 앤 도일>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술사와 추리소설 작가를 투톱 주인공으로 내세운 수사물이다. 탈출 마술의 대가 해리 후디니와 셜록 홈스의 창조주 아서 코넌 도일이 런던 경시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난해한 사건들을 함께 수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기본적으로는 가상세계이나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후디니와 도일은 실제로 친분이 있었고, 드라마는 둘의 관계와 개인적 일화 위에 사건의 기초를 쌓아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마술사 후디니는 당시 초현실적 트릭으로 대중을 현혹한 심령술을 증오하던 인물이었고, 추리작가 도일은 초자연적 세계를 믿는 인물이었다는 대조적 특성이 마치 수사물의 공식처럼 둘을 꽤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만든다.
첫 장면부터가 두 남자의 팽팽한 에너지가 숨 가쁘게 부딪치는 폐쇄 공간에서 시작된다. 사건을 수사하던 후디니(마이클 웨스턴)와 도일(스티븐 맹건)은 누군가의 음모로 지하 터널에 갇혔고,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위기 상황에도 서로를 놀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둘의 앙숙 콤비다운 관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한 수녀원의 밀실 살인 사건에서 비롯된다. 목격자는 한 여성의 유령이 시체 옆에 있는 걸 보았다고 진술해 런던이 발칵 뒤집힌다. 후디니는 배후에 심령술의 장난이 있을 거라 예측해 경시청을 찾고, 초현실적 사건에 관심을 가진 도일 역시 경시청을 찾아오면서 애증의 공조수사가 펼쳐진다.
흥미로운 건 둘의 수사에 합류한 애들레이드 스트래턴(리베카 리디어드)의 존재다. 런던 경시청의 유일한 여성 경관으로 찻잔 나르는 게 주 업무이던 그의 합류는 두 유명인사의 경찰놀이에 보모 역할이나 하라는 상관의 의도였으나, 뛰어난 능력으로 고비마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세 사람의 수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가려진 데는 당시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하려는 의도다.
이러한 시각은 스트래턴의 존재만이 아니라 첫 사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건의 배경에는 여성, 특히 미혼모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이 숨어 있고, 유령이라는 설정 자체도 여성의 역사적 위치를 은유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첫 에피소드는 도일이 창조해낸 셜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비비시(BBC) 방송 <셜록> 시리즈의 극장판 <셜록: 유령신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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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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