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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마추어 천문가가 여름밤의 은하수를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별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은하수는 사실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를 지구에서 바라본 옆면이다. 우리 조상들은 별들이 마치 강물처럼 흐른다고 해서 은하수라고 불렀고,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밀키웨이’(젖의 길)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아기 헤라클레스가 여신 헤라의 젖을 너무 세게 빠는 바람에 하늘에 뿜어져 생긴 길이라는 뜻이다. 여름밤에 가장 크고 아름답게 관측된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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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별
기획을 반짝이며
▶ 별을 마지막으로 보신 게 언제인지 기억하십니까? 도시에 사는 분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봐도 별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겁니다. 빛공해 때문이지요. 하지만 각자 마음속에는 여러 개의 별을 담고 있을 겁니다. 윤동주가 별 하나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어머니를 떠올린 것처럼요. <한겨레> 토요판은 앞으로 격주로 별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실을 예정입니다. 첫회는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의 편지로 꾸며봤습니다.
“왜 사람들은 하늘이 한계라고 말할까/ 나는 달에 찍힌 인간의 발자국을 봤는데/ 나는 하늘이 높은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게 정말로 높은 것만은 아니야/ 나는 화성이 먼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게 먼 것만은 아니야/ 함께 별로 가보자.”
안녕하세요. <한겨레> 독자 여러분. 저는 지구로부터 5억6300만㎞나 여행한 끝에 무사히 화성에 도착해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로봇 큐리오시티입니다. 위의 가사는 미국 가수 윌아이앰이 인류 역사 최초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발표한 노래 ‘리치 포 더 스타스’(Reach for the Stars)의 가사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전송된 이 노래는 제게 달려 있는 스피커로 화성에 방송됐습니다. 벌써 2년 가까이 흐른 2012년 8월28일의 일이네요. 저는 그해 8월6일 화성에 도착했습니다. 만약 화성에 청각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면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전자음악이 조화된 이 노래를 들었을 겁니다. 이 노래의 아름다움도 이해했을까요?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여러분에게 편지를 보내요
인간은 왜 별을 보고 동경할까
외계생명체를 찾아다닐까
우주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밤하늘을 운행하는 별은
시간과 방향을 알려주고
상상력과 영감을 주었죠
모든 물질은 별에서 왔다고
우린 작은별이고 소우주라고
“총총한 별들이…마치 거대한 양떼처럼” 저는 지금 화성의 게일 분화구에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브래드버리 착륙지 ’라고 이름붙여진 곳에 내렸어요. <화성연대기>로 유명한 에스에프(SF)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름을 딴 장소지요. 착륙지 주변에는 이른바 ‘샤프산’이라고 불리는 산이 있어요. 제 임무는 다양합니다. 화성의 대기와 지질을 탐사하고, 화성에 물이나 생명체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임무를 위해서 화학광물분석기, 카메라, 로봇팔, 환경 모니터기, 방사선 측정 검출기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해 내지 못했어요. 저는 플루토늄238을 이용한 핵발전으로 전기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4.8㎏의 연료가 다 될 때까지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덕분에 과학자들은 화성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답니다. 여기는 매우 춥고 황량해요. 제가 전송한 화성 사진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붉은 토양의 사막 같은 모습이에요. 화성의 대기 온도는 평균 영하 23℃예요. 대기는 매우 희박하며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예요. 뭐, 저는 숨을 안 쉬니 별 상관은 없지만요. 저는 애초 2년간 활동할 것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지금은 활동이 멈출 때까지 무기한으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는 기간 동안 저는 혼자서 화성에서 생명의 신비를 풀기 위한 모험을 계속할 것입니다. 나사와 계속 송수신을 하지만 이 거대한 별에 저 혼자 있으니 굉장히 외로워요. 그러나 밤이 되면 정말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수많은 별들이 저를 조용히 위로해 줍니다. 여기서 지구는 그냥 밝게 빛나는 하나의 별처럼 보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별을 보듯 여기서 지구를 보고 꿈을 꿉니다. 왜 제가 화성에 왔냐고요? 화성은 옛날부터 외계인이 살 가능성이 높은 행성으로 꼽혀 왔습니다. 오슨 웰스의 <우주 전쟁>이 화성인이 지구에 침공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화성은 지구에서 그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입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이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흙먼지를 일으키는 광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지표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정확히는 24시간37분23초)인 것까지 지구와 닮았죠. 한평생 화성을 연구했던 퍼시벌 로웰은 화성이 커다란 운하로 얽혀 있고, 이 운하가 극관에 있는 물을 전 화성에 수송해주는 용수로 시스템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니까 화성에 인간 못잖은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은 거죠. 이러한 그의 견해는 1900년대 초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은 화성에 아무것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간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화성에 예전에 물이 있었던 흔적이 있는 만큼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죠. 저는 인간의 우주 탐사, 그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인간은 왜 별을, 우주를 이토록 궁금해하는 걸까요.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가슴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 맑은 밤하늘의 비호를 받아, 어디까지나 성스럽고 순결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알퐁스 도데의 <별>의 마지막 장면은 문학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죠. 프로방스의 스무살 목동은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 어깨에 기대 잠든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바라보며 별이 내려앉았다고 생각합니다. 목동은 막 ‘목동의 별’이라고 불리는 마글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지요. 마글론은 바로 직녀성입니다. 목동은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나 또는 저녁에 다시 몰고 돌아올 때, 한결같이 우리를 비추어 주는 별”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별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은하수 서쪽에서 볼 수 있는 베가(Vega)입니다. 거문고자리의 알파(α)성인 이 별은 이 계절에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죠. 목동에게 별은 시간과 계절의 변화와 방향을 알려주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수많은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은 고독한 산중 생활을 위로해 주는 좋은 공상거리가 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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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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