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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인 두목이 자신의 인생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여긴 ‘각(角)자리’는 황도12궁 중의 하나인 처녀자리(Virgo)다.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나선은하 NGC 5806인데, 처녀자리를 이루는 은하 중 하나다. 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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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별
점성술
▶ 여러분의 별자리는 무슨 별자리인가요? 자기 생일 근처에 자기가 속한 별자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탄생 별자리는 태양이 그 별자리를 지나가는 시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밤하늘에 보이지 않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별자리가 자신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 상당한 모양입니다. 띠별 운세와 함께 별자리 운세는 잡지의 단골 코너지요.
중국 한나라가 세워진 해(BC 206년)의 10월에, 다섯 행성이 동정(東井)이라는 별자리에 모였다. 역법으로 계산해보니 목성이 이 위치에 먼저 들어가자 나머지 네개의 행성이 목성을 따라서 모여든 상황이었다. 당시에 널리 알려진 점성술에 따르면, 동정이라는 별자리는 곧 멸망할 진나라에, 목성은 한나라를 세운 유방에, 그리고 네개의 행성은 유방을 따르는 제후들에 대응하였다. 그리하여 당시 천체들의 배치 상태는 유방이 여러 제후를 거느리고 진나라를 정벌하여 중국을 통일한다는 것을 예언하는 징조로 해석되었다. 실제로 유방은 중국을 통일하고 한나라의 제왕이 되었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시인 두목(杜牧, 803~852)은 50살이 되었을 때, 별이 주관하는 자신의 운명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나는 각(角)자리가 지평선에서 떠오를 때에 태어났다. 이 별자리에서 240도 떨어진 곳에는 묘(昴)자리와 필(畢)자리가 있는데, 여기에 토성이 있었고, 화성이 목성을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태수라는 벼슬에서 1년도 안 되어 더 높은 자리로 영전했다. 행운의 별인 목성은 나의 수명을 관장하는 각(角)자리에 복을 가져다주었다. 이번에는 악운의 별인 토성과 화성이 이 별자리에 죽음을 가져와도 어쩔 수 없다. 이제 나는 50살이 되었으니, 나의 수명이 다 된 것이다.” 두목은 이 글을 쓴 얼마 후에 실제로 죽었는데, 그의 나이 50살이었다.
별이 땅의 길흉을 좌우한단 생각 이를 읽어내는 기술이 점성술
동서고금 어느 문명에서나 발생
동양은 국가와 왕의 대사를
서양은 개인의 운명을 점쳤다
태어난 시기 태양과 함께 뜬
황도12궁 중 하나의 별자리가
정해준 나의 운세가 바로 숙명
사주팔자도 해석법만 다를 뿐
결국 개인점성술의 변형이다 황홀한 밤하늘을 보면 저절로… 밤하늘은 인간이 서 있는 땅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데, 여기에 무수히 많은 빛나는 별들이 퍼져 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수천개의 별들 사이를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까지 일곱개의 천체들이 날마다 위치를 바꾸어가며 움직인다. 천왕성, 해왕성 등은 맨눈으로는 보이지가 않으므로 전통 시대에 알려진 하늘에서 움직이는 천체는 일곱뿐이었다. 이처럼 점점이 빛나는 별들보다 더욱 밝은 천체들이 하늘에서 방황하는 황홀한 모습을 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별들과 천체들이 지상 세계의 명운을 쥐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천체들이 쥐고 있는 인간의 명운을 읽어내는 기술, 즉 점성술이 동서고금의 어느 문명에서나 생겨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점성술의 두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점성술은 크게 유방의 경우처럼 제왕 혹은 국가의 명운을 점치는 국가점성술과 두목처럼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개인점성술의 두 계통으로 나눌 수 있다. 국가점성술은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에서 발달한 반면, 개인점성술은 고대의 바빌로니아에서 탄생하여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이슬람을 거쳐 서유럽에 전해져 서양에서 발달하였다. 하지만 그리스와 로마에서 유행하던 개인점성술은 인도에 전해졌고, 불교의 전래를 따라서 8세기께에는 중국에도 전해졌다. 앞서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고 황제에 등극할 것을 예언한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국가점성술인 반면, 시인 두목이 자신의 운명을 예측한 것은 불교의 전래와 함께 들어온 인도계의 개인점성술이었다. 별로부터 읽어내고자 하는 명운이 국가에 관한 것인가 개인에 관한 것인가 하는 점에서 두가지로 구분하기는 했지만, 별이 인간의 명운을 쥐고 있고 인간이 이것을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사실 인류의 모든 점성술은 동일하다. 동서양의 점성술에서는 공통적으로 인간이 천체와 연결되어 있고, 천체의 움직임과 변화가 인간의 명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동양에서는 우주가 기(氣)로부터 생성되었으며, 이 우주의 기를 인간도 공유하므로 우주의 변화는 인간의 명운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점성술사인 프톨레마이오스는 “천상계에서 나온 힘이 지상계에 퍼져 인간에게서 드러난다”고 하였다. 프톨레마이오스가 2세기께에 지은 <테트라비블로스>는 이후 서양의 개인점성술에 관한 한 최고의 경전이 되었다. 점성술은 별과 인간이 연관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별에서 인간의 명운을 읽어내는 기술 혹은 방법을 제시한다. 동서양의 점성술은 이 기술을 구성하는 몇몇 이론에서는 조금 다르지만, 천체로부터 인간의 명운을 읽어내는 논리 구조에 있어서는 공통적이다. 점성술에서는 먼저 천체들을 인간의 삶에 의미를 지닌 사물로 상징하고, 나아가 이들에게 어떤 행위나 사태를 관장하는 권능이 부여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별들을 연결하여 만들어진 별자리가 의미를 갖게 되고, 이들 별자리는 인간의 명운을 결정하는 권능을 지닌다. 예를 들어 동양의 별자리인 기(箕)자리는 곡식을 까부는 키를 상징하며, 이 별자리는 인간 세계의 바람을 관장한다. 따라서 태양이나 달이 이 별자리에 머물게 되면 지상에 바람이 많아진다고 해석된다. 나아가 별자리 사이를 움직여 다니는 일곱개의 천체들에도 상징적 의미와 권능이 부여된다. 동양의 점성술에서 태양은 임금, 달은 황후를 상징하며, 태양은 세계를 질서있게 하며, 달은 여성의 일을 관장한다. 이제 상징적 의미와 명운을 좌우하는 권능을 지닌 별자리 사이를 일곱개의 천체들이 움직이면서 다양한 점성술적 상황이 연출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생겨난다. 조선 세종 때 점성술 이론을 집대성한 <천문유초>라는 책에는 “수성이 다른 별과 만나거나 빛이 엇갈리면 천하에 큰 난리가 난다” “금성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병사를 부리면 모두 길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동양의 점성술은 제왕의 죽음이나 모반, 국가의 풍흉(豊凶)이나 오랑캐의 침범 등으로 해석할 뿐 한 개인의 명운에 대해서 해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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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대의 서적 <도서집성>에 수록된 동양식 호로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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