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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만든 이 상상도는 37억5000만년 뒤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 은하와 충돌하기 직전 지구에서 밤하늘을 바라본 모습이다. 왼쪽의 나선은하가 안드로메다운하이고 오른쪽의 길쭉한 별 무리가 지구에서 바라본 우리 은하의 단면, 즉 은하수다. 두 은하는 그 뒤에도 수십억년에 걸쳐서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안드로메다는 우리와 하나가 될 운명인 셈이다. 나사, 유럽우주국(E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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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별
은하철도999의 종착역, 그곳
▶ ‘낭만고양이’로 유명한 록그룹 체리필터가 최근 발표한 노래의 이름은 ‘안드로메다’입니다. “나의 우주 나의 꿈/ 널 향해 달려갈 거야/ 나의 꿈의 오딧세이”라는 가사를 가졌지요. 이들이 알고 노래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안드로메다는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많은 천체 중에 안드로메다에 그렇게 친숙함을 느끼는 것일까요? 안드로메다와 지구를 포함한 우리 은하의 운명을 살펴봤습니다.
기계인간들에게 엄마를 잃은 지구 소년 철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녀 메텔을 만나 우주를 여행하는 기차에 오른다. 자신도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긴 우주여행 동안 기차는 여러 별에 정차하며, 이 기차에 타고 희망에 부풀어 있거나 혹은 변함없는 일상에 낙담한 외계인들을 만난다. 철이는 여러 모험을 거치며 성장해 나가며, 결국 감정을 잃은 채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짧은 생이나마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마쓰모토 레이지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은하철도 999>는 1970년대 말 점차 기승을 부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 곧 다가올 첨단 과학의 미래에 대한 세기말적 불안감, 그래도 인간성만이 해답이라는 희망 등을 버무린 걸작이었다. 국내에서는 가수 김국환이 부른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로 시작되는 주제가가 여전히 인기가 있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과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만화의 주인공 철이가 향하는 이상향, 즉 은하철도 999의 종착역은 바로 안드로메다다.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가장 친숙한 천체 중 하나
은하철도999의 종착역
철이가 가고팠던 곳도 여기
태양계에서 불과 250만광년 초속 110㎞로 계속 다가와
40억년쯤 뒤 우리은하와
하나의 은하로 합쳐질 운명
밤하늘에 1조5000만개 별이
동시에 벌일 춤을 상상하라 우리는 왜 안드로메다를 찾나 밤하늘의 수많은 천체 가운데 태양계를 제외하면 가장 친숙한 것이 안드로메다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철없는 행동을 하면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느냐”고 묻고, 혼이 쏙 빠질 만큼 놀라운 일을 겪고 나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갔다”고 말한다. 공상과학(SF) 만화에 등장하는 우주에서 온 수많은 공주들은 상당수가 안드로메다에서 왔다. 왜 안드로메다는 우리에게 이토록 친숙한 것일까. 안드로메다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녀의 이름이다. 에티오피아의 왕인 케페우스와 왕비 카시오페이아 사이에서 난 딸이다. 카시오페이아자리의 그 카시오페이아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북반구에서 사계절 내내 북쪽 하늘에 항상 ‘W’ 또는 3자 모양으로 빛나고 있는 별자리로, ‘북극성을 찾는 길잡이’로 불릴 만큼 찾기 쉬운 별자리다. 신화에서는 이 왕비의 허영심과 안드로메다의 미모가 결국 문제의 발단이 됐다. 카시오페이아는 안드로메다가 바다의 요정인 네레우스보다 더 아름답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고, 이를 들은 네레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이들을 벌해 달라고 요청한다. 분노한 포세이돈은 해일을 일으켜 에티오피아를 덮쳤고, 고래를 닮은 괴물 케토스(세투스)도 보내 에티오피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신탁을 받은 왕은 자신의 딸을 희생물로 바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해변의 바위에 안드로메다를 쇠사슬로 묶어놓았다. 때마침 메두사를 처치하고 돌아가던 영웅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바다 괴물과 싸워 목숨을 구해줬다. 안드로메다가 제물로 바쳐질 지경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를 안드로메다의 정혼자, 숙부 피네우스가 페르세우스를 습격하다가 메두사의 눈을 보고 바위로 변하는 등 소동을 겪고 페르세우스와 공주는 결혼을 했고, 에티오피아에 남겨둔 첫째 아들 페르세스는 나중에 페르시아 왕가의 시조가 됐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 그들을 공격한 괴물 케토스(고래자리) 등은 모두 밤하늘의 별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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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NASA)의 광역적외선탐사망원경(WISE)에 포착된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 적외선을 이용한 촬영으로 파란빛은 별을, 노란색이나 빨간색은 먼지나 신성을 나타낸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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