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니모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었다. 영화는 남태평양 산호초 지역에 살던 광대물고기 ‘니모’가 그물에 잡히자, 니모의 아버지 말린이 아들을 찾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 항구까지 대장정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니모는 사람들에게 잡혀 치과병원의 수족관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여 바다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다른 생물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심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영화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영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니모 열풍’도 함께 불었다. 관상용 열대어 수요가 급증해 남태평양 바누아투 산호초 지역에서 열대어의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수족관에서 바다로 돌아간 물고기 이야기가 거꾸로, 수족관에 물고기를 가두는 결과를 낳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야생동물은 늘 매력적이다. 수많은 상품과 시각매체들이 그들의 이미지를 재현한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이미지로 재현할 때는 매우 사려 깊어야 한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보는 이로 하여금 야생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고 그들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는다. <에스비에스>의 ‘티브이(TV) 동물농장’이 한 예다. 개와 고양이 말고도 도마뱀, 뱀, 앵무새, 악어, 원숭이 등 야생동물들이 ‘이색 반려동물’로 소개된다. 한 예로 사무실에서 사육되는 미어캣이 방송됐다. 사무실 사람들은 미어캣의 행동에 곤란함을 느끼게 되고, 참다못한 한 사람이 미어캣을 상자에 가둬버린다. 미어캣은 아프리카 남서부지대에서 살아가는 종이다. 사무실에서 불편함과 곤란함을 가장 많이 느끼는 존재는 직원들보다 미어캣이 아닐까? 무리와 함께 살아갈 수도 없고, 굴을 팔 수 없고, 야생의 태양과 바람 대신 형광등 불빛과 에어컨 바람 속에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긴팔원숭이를 키우는 한 가정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종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심각한 멸종위기로 꼽히는 ‘부속서1’에 속한다는 점, 이들을 개인이 사육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 지능이 높고 활동량이 많은 이 유인원에게 인간의 집은 애당초 적절치 않은 환경이라는 점은 프로그램에서 언급되지 않은 채, 긴팔원숭이는 사고뭉치로 묘사될 뿐이었다. ‘동물을 위한 행동’과 ‘슬픈 과학자’ 두 단체가 야생동물 인터넷 직거래에 관한 국내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ㅅ카페와 ㅍ카페 두 곳을 통해 실제 거래된 동물은 개와 고양이를 제외하고도 1만7573마리에 이른다. 햄스터, 고슴도치, 토끼, 다람쥐, 슈거글라이더, 기니피그, 프레리도그, 북극여우, 사막여우, 과일박쥐, 앵무새, 이구아나, 각종 도마뱀과 뱀, 악어뿐만이 아니라 흰손긴팔원숭이와 슬로로리스원숭이 등 멸종위기종도 버젓이 거래된다. 작은 동물들은 택배 상자에 넣어 발송한다. 티브이는 소유욕을 부추기고, 마트가 그 소유욕을 구매욕으로 발전시키고, 인터넷의 발달은 익명의 생명 거래를 쉽게 만들고, 그렇게 호기심에 동물을 사서 키우다가 귀찮아지면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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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다큐영화 감독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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