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인간들은 근본적으로 갇히는 것을 싫어할까. 선사시대 혈거인(穴居人)이라고 하여 동굴에서 생활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장식의 목적으로 유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유리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물에 사용했다. 이제는 건물 전체를 유리만으로 감싼 초고층 건물까지 들어선 상태다. 내외부 공간을 단절시키는 벽체와는 다르게 유리창은 그 공간을 가르는 역할과 더불어 시각공간은 서로 연결지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유리제작 기술 발달과 함께 유리창 설치의 목적은 단순 장식을 넘어서 충분한 채광과 에너지 절약, 차음효과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리창이 더 늘어나는 이유다. 그런데 인간이 사용하는 유리창이 동물들에겐 흉기일 수 있다. 사람은 유리창 안팎의 사물을 뚜렷하게 보려 하고, 이를 위해 쉴 새 없이 유리창을 닦아내지만,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이 깨끗한 유리창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유리창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것이기에 학습효과가 없다면 깨끗한 유리창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나 자신도 깨끗하게 닦아놓은 유리문에 부딪혀 안경이 깨지거나 콧등이 긁힌 경험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충돌하는 물체의 견고성이다. 사람인 나야 걸어 다니다 부딪혔고 그나마 머리가 단단하여 큰 문제가 없었는데, 다른 생물종으로 확장시켜 생각해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새들은 그 움직이는 속도가 시속 40~50㎞는 쉽게 달하고, 비행을 위해 두개골이나 기타 다른 뼈들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그 피해가 더해진다. 인간 거주지 주변에서 살아온 나이 든 녀석들의 경우 그나마 상황은 낫다. 죽지 않을 만큼 유리창에 부딪혀본 경험들이 있어 이제는 유리창을 곧잘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년도에 태어난 어린 녀석들이나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동남아로 날아가야 하는 어린 여름철새들, 멀리 몽골이나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로 날아드는 겨울철새들은 유리창이 무엇인지 거의 모르고 있기에 그 함정에 쉽게 빠지고 만다. 국제적으로 1970년대 말부터 조사된 바에 따르면, 유리창 충돌이 서식지의 파괴 다음으로 조류의 죽음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1년에 약 10억마리의 조류가 유리창 충돌로 죽는다고 하니 엄청난 수인 셈이다. 새들이 일단 유리창에 부딪히면 그 결과가 참 다양하게 나타난다.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정신 차리고 날아가는 녀석부터 안구가 파열되거나 부리나 머리가 박살나서 현장에서 즉사하는 사례들까지 볼 수 있다. 유리창에 거의 접근한 뒤에 인지해봐야 비행하던 속도가 있어 몸을 돌려 등 쪽으로 비켜 충돌한다손 치더라도 척추골절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유리창 충돌로 구조되는 중상의 경우에는 살아남는다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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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김영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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