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올해 추석은 예년에 비해 많이 빨리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가을이군요. 여름 시끄럽던 매미들의 열창은 지나가고 수많은 풀벌레 소리로 밤길이 가득 채워지곤 합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죠. 야생동물 구조 일을 하다 보면 여름철 흩뿌렸던 땀의 대가가 서서히 나오는 때입니다. 작디작고 뽀송했던, 솜털 날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야생에서 스스로 제 한 몸을 지킬 만큼 부쩍 큰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녀석들을 데리고 있을 수 없는 법이니, 돌려보내야 하죠. 야생동물들도 각기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 각 종의 생태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시기와 장소를 결정해서 돌려보냅니다. 가령 우리나라의 텃새인 수리부엉이는 이렇습니다. 2월 말에서 3월 말까지 알을 깨고 나오지만, 다른 새들처럼 재빠르게 어미를 떠나지 않고 9월 말에서 11월까지나 되어서야 비로소 독립을 합니다. 그러니 구조된 어린 수리부엉이는 매우 늦게 방생해야 하겠죠. 반면 수리부엉이에 비해 10배나 작은 황조롱이는 태어나서 한 달이면 둥지를 떠납니다. 물론 그 뒤에도 어느 정도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만 대개 1개월을 넘지 않죠. 또한 여름철새들에겐 계절이 중요합니다. 여름을 한국에서 났으니 가깝게는 중국 남부, 멀리는 동남아시아나 필리핀 섬까지도 가야 합니다. 제 힘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그 계절에 부는 바람을 타고 가야 하니, 빨리 계류장 밖으로 나가서 적응해야 합니다. 계류장 밖에서는 먹이도 스스로 찾아야 하니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그런데 또다른 야생동물들에게 가을은 수난의 철이기도 합니다. 숲이나 습지에서 태어난 경험 없는 어린 철새들은 보통 어미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월동지로 날아가야 합니다. 그동안은 자연서식지 안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동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달리는 차도 만나고 도심의 유리창과 전깃줄도 만나게 됩니다. 결과야 뻔합니다. 다행히 살아남는다고 해도, 대부분 여기저기 뼈가 부러지는 새들의 패배로 끝나죠. 이런 시기에 구조되는 새들은 더욱 골치가 아픕니다. 부러진 뼈야 수술로 맞춘다 하더라도 다시 깃털이 나고 회복하는 데 얼추 두달이 걸립니다. 바다를 건너갈 체력과 운동능력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석달 뒤는 11월 말. 이동시기에 부는, 동남아로 가는 바람은 이제 멈췄고 한국은 어린 여름새들에게는 너무 춥습니다. 결국 좁고 추운 구조센터에서 긴 겨울을 보내야 합니다. 실내에서만 사육하면 공기가 좋지 않으니 밖에서 키워야 하는데, 온도가 문제입니다. 그러니 열등을 달고, 보온재로 덮는 시늉을 해도 동남아시아보다 따뜻할까요? 참 어려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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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김영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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