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12.12 20:30 수정 : 2014.12.14 09:44

[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얼마 전 홍콩에서 열린 동아시아 야생동물구조 네트워크 콘퍼런스에 참석하였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동아시아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구조나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야 야생동물 구조라고 하면 다치거나 조난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재활시켜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로 가면 이러한 구조가 사뭇 낯설게 느껴진다.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기보다는 밀수 및 밀거래되는 동물을 상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확인된 야생동물 밀거래의 시장은 엄청나다. 천산갑이라는 동물이 있다.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데, 온몸에 비늘이 덮여 위험할 경우 몸을 공처럼 말아 방어하는 동물이다. 문제는 이 비늘이 고가의 식재료라는 것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년 1만마리가 넘는 천산갑이 식용으로 중국에 팔려나간다. 물론 거의 100% 야생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1990년대 1㎏에 14달러에 판매되다가 지금은 6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멸종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 8종 가운데 이미 2종이 멸종했다.

거북과 뱀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하루에 1만마리 이상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보고가 있다. 2009년에는 1만2000마리가 넘는 거북 밀수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물론 식용이다. 다 성장한 거북을 밀수하기 어려우니, 이제는 알을 채취하여 부화시킨 뒤, 새끼 거북들을 벌크(!)로 밀거래한다. 세계적으로 연간 8조원에서 10조원 규모의 야생동물 밀거래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과연 이러한 문제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의 환경이 바뀐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아 보인다.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웬만한 식당이나 한약방에서는 말똥가리나 꿩, 삵의 박제를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인 시대도 있었다. 우리 땅에서 거의 사라진 표범도 불과 40년 전까지 이 땅에 함께 존재했었다. 늑대도, 여우, 황새, 따오기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그나마 환경보호, 자연보호 운동과 산림녹화가 시작되어 사라지던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그나마 회복됐고, 다친 야생동물을 돌보자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면서 전국에 현대적 수준의 구조센터가 들어섰다.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을 비롯하여, 황새, 산양, 여우와 따오기까지 국가적 차원의 복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한국의 상황은 천천히 호전되어가지만, 우리의 쓸데없는 호기심도 국제화되어가고 있다. 반드시 수요는 공급량을 확산시키기 마련이다. 수많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밀수되어 인터넷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밀수는 엉뚱한 문제를 낳기도 한다. 멸종위기종이 아니면 검역 과정을 회피할 수 있는 좋은 밀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질병이 언제 유입될지 모르는 셈이다. 에볼라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의 유명한 관광지인 할롱베이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곰 사육농장이 밀집해 자리잡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공식적인 곰 농장 폐쇄 정책에도 말이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고개 들기가 미안하다. 베트남의 웅담 대응책에 따라 인접 국가인 라오스 곰 농장의 사육개체군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곰 번식장이 없기에 거의 야생곰인 셈이다. 올해 초 다른 종으로 신분 세탁(?)을 한 이후 국내로 밀수되다 발견된 사막여우도 있다. 수출국 밀렵업자의 비위생적인 사육 방식으로 개홍역이라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감염되어 대다수가 폐사한 바 있다. 밀수된 뒤 개인이 사육하다가 녹내장이 걸린 늘보원숭이는 도심에 버려진 상태로 발견되어 치료 뒤 보호되고 있다. 밀수인의 짐 안에 포개진 상태로 밀수되던 마모셋(비단원숭이)이 적발되어 압수되었으나 그들의 터전인 브라질로 돌아가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인간들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왜곡된 동물 애호로 인해 어떤 동물은 요리 재료가 되고, 껍질이 벗겨진 채 어느 집 벽에 붙어 있고, 원치도 않은 타향살이를 하며 정처 없이 떠돈다.

김영준 수의사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