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봄의 전령,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이 지났다. 우리 가족은 개구리, 두꺼비 알을 찾아보기로 했다. 도심을 벗어나 야산을 끼고 있는 저수지, 웅덩이 등을 탐색했다. 쉽게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 시간 이상을 헤맨 뒤에야 겨우 알을 찾을 수 있었다. 야트막한 산자락, 숲 속의 조그만 습지에 두세 덩이의 알주머니가 있었다. 산개구리의 알로 보이는 작고 작은 생명들을 발견했을 때, 안도의 탄식이 나왔다. 마치, 개구리 알을 못 찾았다면 봄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처럼. 양서류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은, 두꺼비 개체수가 확실히 줄고 있는 것 같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며 우려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서 활동하는 ‘두꺼비 친구들’이 낙가동 방죽(저수지)을 몇 년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2012년 약 150마리가 관찰됐던 두꺼비가 2013년에는 100여마리, 2014년 60마리, 올해는 3월 중순까지 50마리만 확인됐다. 오송읍 연제리의 경우는 작년엔 260여마리가 확인됐으나 올해는 3월 중순 현재 겨우 13마리가 확인됐을 뿐이다. ‘양서 파충류 네트워크’ 회원이자 중학교 교사인 김현태씨는 2008년부터 충남 서산, 태안, 홍성 지역을 조사해 오고 있는데, 이 지역 두꺼비 서식지는 최근 6~7년 사이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예산의 어느 두꺼비 산란지는 2008년 약 20쌍이 산란하던 곳이었는데 2010년 땅 매립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두꺼비가 사라지더니 이제는 더 이상 두꺼비를 볼 수 없게 됐다. 전원주택과 창고가 있는 ‘평범한’ 시골인 이곳이,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어마어마한 두꺼비 산란지였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루실 저수지 동쪽도 멋진 두꺼비 서식지였고 대규모로 올챙이를 만날 수 있던 곳이었으나, 2010년부터 시작된 개발과 준설로 산란지가 사라졌고 현재는 두꺼비를 볼 수 없게 됐다. 이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규제 완화, 땅 투기, 펜션 사업, 전원주택 붐 등이 맞물리면서, 두꺼비·개구리의 서식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들에겐 숲과 습지 둘 다 필요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파괴돼도 생존이 어려워진다. 간혹 시민단체의 요구로 지방자치단체가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 서식지는 말처럼 쉬운 대안이 아니다. 두꺼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살 곳을 정하기 때문이다. 두꺼비들은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 새끼 두꺼비들이 숲에서 성장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아무 웅덩이에 충동적으로 가서 낳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 부화했던 습지를 찾아가서 번식을 한다. 태어났던 습지가 개발로 사라진 뒤에도, 두꺼비들은 그곳으로 간다. 후손을 낳으러 갔으나 메마른 땅으로 변해버린 고향을 보게 된 두꺼비의 황망함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고향을 찾아 헤매다 차에 치여 죽어가는 두꺼비만 연중 수천 마리가 넘을 것이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10~12㎝ 높이의 경계석을 넘지 못해 끝내 도로에서 죽어가는 두꺼비 수도 엄청나다. 청주시는 ‘두꺼비 친구들’의 요구에 따라 한 도로의 경계석을 중간중간 낮춰 두꺼비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했고 그에 따라 로드킬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도로는 두꺼비들에게 탈출구 없는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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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김영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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