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지구라는 행성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각자 제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산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대에는 철 따라 많은 생명들이 드나든다. 날개가 있는 새들은 생존에 적절한 온도와 먹이를 찾아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북극제비갈매기라는 새인데, 북극에서 남극을 매년 오가며 연간 7만㎞를 비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새만 살펴봐도, 수년 동안 자신이 사용하던 둥지를 찾아오는, 몸무게가 고작 14g 안팎인 제비도 있다. 동남아에서 그 먼 거리를 날아와 다시 제 집을 찾는다. 수많은 철새들은 계절에 따라 무질서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꽤 많은 사례에서 다시 그 장소를 찾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추적장치와 기술이 개량됨에 따라 이동경로도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비단 철새만이 아니다. 30㎞ 넘게 떨어진 곳에서 방생된 수리부엉이가 다시 원위치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왕복 100㎞가 넘는 거리를 떠돌고 난 뒤 정확히 자신의 산으로 돌아온 어린 수리부엉이도 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가 아닌 바에야 이러한 지리감각을 가질 필요도 없을 듯 보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정확하게 돌아왔다. 원인을 모르는 충돌로 인해 어깨뼈가 부서져 무너져버린 어린 참매가 전남 홍도에서 발견된 적이 있었다. 홍도 옆 섬 흑산도에 위치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의 결정으로 구조센터에서 열달이 넘는 치료와 재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야생에서의 생존이 확실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생 결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조심스럽게 방생했고 약 석달간 주변에서 머물던 참매는 갑자기 사라졌다. 잘 살아갈 거라는 근거 없는 바람만 남기고서. 그로부터 열 달이 흐른 지난 2월,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에서 이 참매가 자랑스럽게 살아있다는 연락이 전해졌다. 방생 장소에서 235㎞ 떨어진, 원래 자신이 살던 서식지로 돌아간 것이다. 무엇이 그를 고향으로 이끌었을까? 살아갈 만한 곳이 많은 육지를 놔두고 왜 다시 외딴섬으로 향했는지 모르지만, 어쨌건 그들에게 필요한 집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귀향 본능은 날개를 가진 새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구조센터에서 간혹 재미있는 경험을 하곤 한다. 개선충이라는 외부기생충에 감염된 너구리가 있었다. 피부에 감염되기 때문에 피부 상태가 엉망이 되고 털은 다 빠지고 매우 흉측한 상태로 변한다. 외국에서 ‘몬탁괴물’이라고 불리며 외국 단신에 종종 나오는 이 동물들의 상당수는 이 질병에 걸린 라쿤이나 여우, 코요테다. 어쨌거나 열심히 치료한 덕에 너구리는 잘 회복하여 야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녀석이 살던 곳은 질병이 감염된 곳이어서, 다시 그곳으로 돌려보내면 재감염될 게 확실했다. 새로운 서식지를 골라 방생하고 잘 살아남길 바랐다. 일년 정도 지난 어느 날, 구조센터 인근에서 너구리 한 마리가 이 질병에 걸려 구조되었다. 이런저런 검사 중에 인식칩이 박힌 걸 알게 되었다. 놀란 직원들은 자료 추적을 통해 이 너구리가 우리가 일년 전 방생했던 녀석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동거리가 직선으로 무려 28㎞에 달했고 11개가 넘는 큰 도로들을 건너온 셈이었다. 물론 얼마나 떠돌았는지 알 수 없고, 왜 다시 우리 주변으로 되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복귀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동물들의 고향은 어딜까, 되돌아가려는 종착점은 과연 어디일까? 그 고향은 안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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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김영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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