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구조센터에는 참으로 많은 이유로 수많은 동물이 입원합니다. 힘들게 구조했지만 죽음 직전에 접수되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습니다. 합리적인 치료의 가능성 여부를 따져 ‘인도적인 죽음’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평가 과정을 거쳐 치료가 시작되고 일부가 야생으로 돌아갑니다. 야생의 삶은 냉정하기에 그 차가움을 버틸 수 있는 동물이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죽기보다 힘든 과정들인 셈이지요. 아시는 것처럼 5~6월은 번식의 계절인지라 모든 구조센터에는 새끼 동물들의 봇물이 터진 상태입니다. 황조롱이부터 까치, 흰뺨검둥오리, 원앙과 꿩 등 민가 주변에서 번식하는 어린 새들이 많습니다. 포유류에 비해서는 알을 많이 낳는 습성 때문이죠. 어린 동물들이 구조가 되는 원인도 다양합니다. 대개는 고립되거나 길 잃은 녀석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둥지를 떠나는 이소 과정에서 잠시 지쳐서 사람들에게 붙들린 녀석들이 많습니다. ‘납치’라고도 하죠. 건강한 어린 동물을 재활하는 데 제일 큰 문제가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다양한 방법을 써서 해결합니다. 같은 연령의 새끼가 있는 다른 둥지(어미에겐 미안합니다만)에 몰래 넣는 방법도 있고, 영구장애가 있어 보호센터에 사는 어미 동물에게 입양을 시키기도 합니다. 어린 황조롱이와 같은 경우에는 해킹(hack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도 합니다. 상자에 어린 새를 넣고 방생할 장소에 데리고 가서 며칠을 키우는 것입니다. 먹이는 뒤에서 몰래 넣어주며 사람에게 의존하는 습성을 줄입니다. 차츰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셈입니다. 풀어준 뒤에도 당분간은 먹이를 일부 제공하여 일종의 보험에 들 수 있게 해주죠. 먹이 사냥을 못하면 다시 와서 먹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어린 동물들에게 더 이로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모든 개체가 이렇게 건강하게 들어오지는 못합니다. 선천적, 후천적 환경으로 인해 열등한 새끼들도 구조됩니다. 경우에 따라 기형도 있습니다. 새끼를 많이 낳는 이유는 일종의 ‘보험 전략’입니다. 모든 새끼를 다 살릴 수 없기에 미리 많이 낳습니다. 에너지 배분의 합리성을 고려하면서요. 만약 먹이나 기후 등의 상황이 좋으면 다 살리지만 그 반대라면 일부만 선택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죠. 땅에서 알을 부화시키는 어미들은 태어난 새끼들을 데리고 재빨리 떠나야 합니다. 한곳에 머물러 있다간 포식동물의 공격을 받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새끼들이 다 건강하지는 못하고 열등한 개체들은 자꾸 낙오됩니다. 먹이를 먹어도 열등하거나 나중에 태어난 애들은 경쟁에서 자꾸만 밀립니다. 벌써부터 치열한 삶이 시작되는 것이죠. 어미의 입장에서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새끼손가락 살리려다 손이 사라질 지경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가족에게서 낙오하고 버림받은 약한 개체들은 대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다른 생물의 피와 살로 환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어야 개체종이 과도하게 폭발하지 않고 다른 종과의 균형을 이룹니다. 또한 제한된 생태계의 자원을 합리적으로 나누어 이용할 수 있고,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약한 개체가 사라짐으로써 건강한 개체의 유전자가 남게 된다는, 그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이게 이론입니다. 합리적인 과학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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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김영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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