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17 21:56
수정 : 2014.06.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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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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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엄마와 산책하다가 이웃 진돗개에게 공격당한 소심한 진도견 룰루. 놀라서 다리를 접질린 것 외에는 외상도 없고 혈액검사도 이상 없는데 룰루는 시름시름 앓았다.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어요. 너무 놀랐는지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설사하고 누워만 있어요.” 공격한 개를 원망하며 내원한 룰루 엄마. 룰루가 수액을 맞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줘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걱정하셨다. 검사 결과 룰루는 이웃 개와 상관없는 심장사상충 감염이었다.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룰루는 다시 밥도 잘 먹고 활발해졌다.
몰티즈 콩이와 호두 엄마도 사상충 때문에 고민이다. 예방약이 간에 안 좋다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예방약을 먹여야 할지 걱정이란 거다.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데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고 고민하시던 콩이·호두네. 결국 예방약을 투여하기로 결정하셨지만 요즘 이런 보호자들이 종종 있다.
사실 심장사상충증은 1960년대부터 국내 감염률이 21%였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토착화된 질병이다. 요즘 같은 신속한 검사법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진단이 여의치 않아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인식되곤 했다. 심장사상충증은 처음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지만 후에 체중 감소, 운동 불내성, 허약 등 같은 전신증상을 보이다가 실신, 복수, 호흡곤란까지 발전한다.
심장사상충은 모기에 물려서 혈액 내에 심장사상충의 자충이 생기는 경우 발병한다. 이 자충은 4~5개월 뒤 성충이 되어 심장 내에 기생하는데, 예방약은 자충에 감염되었다는 가정하에 자충을 없애는 약을 먹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이상기온으로 겨울에도 모기가 많아 연중예방법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이나 생식동호회에서 염려하는 것처럼 예방약의 성분이 간에 무리를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방약을 피하고 정기적인 키트 검사만 해도 된다는 말이다. 다만 성충에 감염된 경우 사용하는 치료제인 멜라소민(melasomin)은 예방약보다 훨씬 더 독성이 강하다. 치료기간도 3~4개월 정도로 길고 비용이 많이 든다. 평생 심장약을 먹게 되거나, 간 손상이나 호르몬질환이 생길 수도 있고 중증감염인 경우 치료중에 위험한 상황이 생기거나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결국 심장사상충의 성충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평소 예방약을 투여하면서 심장사상충의 예방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키트로 감염평가하기를 권장한다.
여기서 잠깐. 개 심장사상충의 감염유충을 함유하고 있는 모기에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개와 같이 사람도 심장사상충의 기생 부위가 폐조직이다. 고양이처럼 1차 숙주(primary host)가 아니므로 고양이 심장사상충과 유사하게 흔히 감염되지는 않고, 이소기생(흔하지 않은 장기에 감염되는 현상)이 많다. 임상증상적인 문제는 거의 없으니 너무 놀라지는 마시라.
곧 따뜻한 봄이 온다. 겨우내 집 안에만 있던 우리 꼬맹이들도 슬슬 봄바람에 산책할 텐데, 5개월 이상 예방약을 먹이지 않았거나 3개월 이상 약물 투여간격을 지키지 않은 아이들은 항원 검사를 받으신 뒤에 사상충 예방을 시작하시기 바란다.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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