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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9 20:24 수정 : 2014.06.13 16:40

돌을 먹고 장 절개수술을 받은 리트리버 ‘마루’. 박정윤 제공

[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3년 전에 유명한 방송인이 키우는 다섯살짜리 리트리버 마루가 내원했다. 평소에는 식욕이 좋은데, 요즘 밥도 잘 먹지 않고 이틀째 구토를 한다는 것. 예방접종과 사상충검사 외에는 달리 할 게 없을 정도로 건강하던 마루였기에 안 좋은 음식을 먹었거나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마당에 살고 덩치가 큰 아이니까 돌 같은 이물을 먹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그분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우리 애는 그런 것을 먹는 아이가 아닙니다.” 티브이에서 보는 모습 그대로였다. 절대 틀린 말씀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강한 신뢰감을 주는 분이기에, “아, 그렇죠. 그럼 먹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겠네요”라고 대꾸하며 일단 며칠 주사를 놓고 지켜보기로 했다. 게다가 이물을 먹은 경우 대개 구토뿐 아니라 식음을 전폐해야 하는데, 마루는 맛있는 것은 조금 먹었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며칠 뒤 결국 방사선을 찍은 마루. 방사선 사진에서 소장 내 돌멩이로 추정되는 ‘이물’을 확인했다. 장 절개 수술을 해 조약돌 하나를 빼냈다. 그분에 대한 신뢰감에 ‘혹’해서 엑스레이를 며칠 뒤에나 찍은 내가 한심했다.

아이들은 종종 자두씨, 감씨, 사과 덩어리 심지어는 비닐이나 돌멩이를 먹는다. 돌이나 플라스틱 같은 단단한 물체나 갈비뼈, 족발덩어리를 먹었을 때는 방사선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비닐이나 실 솜이나 휴지 등을 먹은 경우에는 단순촬영이나 조영촬영으로는 확인이 안 될 수 있어서 탐색적 개복술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무언가를 잘못 먹었을 때도 구토를 하지만 신부전, 간부전, 이물, 장염, 디스크 등 여러 가지 질병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에 병행되는 다른 증상과 함께 고려하여 원인을 감별해야 한다.

평소에 얌전하던 아이들도 우발적인 행동으로 정원의 조약돌을 먹거나 흙을 먹은 경우가 생길 수 있음을 알고, 갑작스러운 구토나 식음 전폐와 함께 설사, 혹은 변을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다니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한다. 큰 개의 경우에는 이물을 먹고 나서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 발현이 미약한 경우가 있어서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박정윤 수의사
무엇보다 이물이 될 만한 것을 안 먹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고 갈비뼈를 가지고 와서 아이들에게 주시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시길. 맛있게 먹는 모습에 기특해하기보다는 자칫하면 장에 뼛조각이 걸려서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각하고 뼈를 주시길 바란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가족들은 아이들이 호기심에 실을 먹거나 비닐을 먹는 행동습관이 있는지 관찰하고 그런 잘못된 행동습관을 교정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동안 마루 가족들은 매일 면회를 왔다. 다정한 애정표현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누워 있는 마루에게 “마루야, 얼른 일어나. 어야 가자~”라고 달래주던 그분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수술 후 귓병 때문에 가끔 내원하는 것을 빼고는 건강한 마루, 벌써 8살이 되었구나. 천진한 미소로 아빠와 산책을 다니던 마루가 보고 싶다.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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