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08 19:50
수정 : 2014.06.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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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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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갑자기 비틀거리며 걷게 된 고양이 미르. 보호자는 그 무섭다는 고양이 복막염일 수도 있고 뇌신경계 질환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 진료를 해보니 혈액검사와 방사선 등 기본검사에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결과는 살충제중독. 보호자와 상담해보니 며칠 전 모기를 없앤다고 살충제 스프레이를 창문마다 뿌렸던 게 원인이었다. 다행히 미르는 3일 동안 수액을 맞고 중독 치료 뒤 회복했고, 그 뒤 가족들은 두번 다시 살충제를 뿌리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여름철,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 ××킬러 등의 모기살충제는 모기의 신경을 마비시켜 바닥으로 떨어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소량인 경우 사람이나 동물에게 끼치는 영향은 경미하지만, 가끔은 창문이나 현관에 분사된 살충제가 바닥이나 창틀로 떨어져 묻게 되고 그걸 핥아 먹은 뒤 신경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혈액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보호자와의 상담이 해결의 실마리다.
무더워지는 여름에는 아이들이 열사병에 걸리기도 쉽다. 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가족이 몰티즈 두 아이를 차에 둔 채 장을 보러 갔다가 식사를 하는 동안 두 아이가 차 안에서 고체온증으로 탈진하여 급성신부전이 온 경우도 있다. 창문을 살짝 열어두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경험상 아이들은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사건과 사고가 많다. 더위를 추위보다 견디기 힘들어하는 만큼 여름철은 아이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실외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주의가 더 필요하다. 아주 긴 털이 아니더라도 짧게 털을 밀어주는 편이 좋다. 체온이 높아지지 않게 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장마철에 털이 엉킨 곳에 자주 생기는 ‘핫스폿’이라 불리는 피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얼굴 주위의 턱 아래나 귀 뒷부분에 동그랗게 급성 화농성 피부질환이 생겨서 내원하는 대형견들이 많기 때문에 털은 짧게 유지하고 귀 질환이 있다면 신경써서 관리해줘야 한다. 또 반드시 그늘을 만들어 햇빛을 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그릇은 금속으로 만든 그릇이 아닌 유리나 사기그릇으로 바꾸고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해주자. 여러 개의 페트병에 물을 얼려서 주면 몸을 식히기에 좋다.
더위 타는 아이를 위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것도 해가 됨을 기억하라. 강아지들도 심한 기침과 기관지염을 동반한 감기에 걸리거나 냉방병에 걸릴 수 있으니. 특히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심장질환을 동반한 경우는 사소한 냉방병도 큰 병을 초래한다.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얇은 옷을 입히거나 목에 손수건을 매어주자. 여름철 아이들 건강관리 노하우다.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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