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07 19:30
수정 : 2014.06.13 16:33
[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건강하고 활달했던 한살배기 고양이 하루. 어젯밤부터 기운없이 축 처져 있다며 병원에 오게 됐다. 하루의 엉덩이 주변에 소변 냄새가 많이 났다. 배뇨·배변은 잘하는지 물어봤다. 소변을 가끔 실수해서 혼난 적은 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하는 가족들에게 나는 하루가 어제도 소변을 봤는지 물어봤다. 모래를 매일 갈아주는 게 아니어서 잘 모른다는 가족들은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초보자였다. 강아지와는 다르게 용변을 잘 가리고 말썽없이 수월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분들이었다.
예상대로 하루는 고양이에게 가장 흔하게 걸리는 하부요로 질환이었다. 요도가 막힌 탓에 소변을 보지 못해 그동안 배뇨곤란으로 여기저기 소변을 찔끔거렸던 것. 결국은 요도가 완전히 막혀 소변을 보지 못해 방광이 터질 것 같은 상태였고, 하루 사이 신장 수치가 높이 올라가 급성 신부전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상태를 설명하자 그제야 가족들은 얼마 전부터 평소에 잘 가리던 화장실을 못 가리고 가끔씩 소변을 여기저기 보기 시작했단다. 화장실 모래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가 싶어 모래도 다른 것으로 바꿔줬지만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하며 맘에 안 드는 표현을 했고 계속 소변을 군데군데 보는 것은 개선이 안 됐다고 한다. 잘 놀고 밥도 곧잘 먹어서 아픈 것 같진 않아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가족들의 말에 나는 큰 한숨을 쉬었다.
진정을 시키고 요도에 카테터(관)를 넣어 막힌 요도를 뚫었지만 높은 신장 수치 때문에 하루는 입원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가족들은 입원비와 검사비에도 놀랐지만 치료를 받아도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급기야 아픈 고양이를 앞에 두고 과연 이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가족들의 모습이 야속했지만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결국 며칠간의 입원 치료를 받고 하루는 상태가 호전되어 돌아갔다.
최근 몇 년 동안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고양이의 호감도가 상승된 데에는 강아지에 비해 배설물을 치우기 쉽고, 짖지 않아 덜 시끄럽고, 산책이나 놀아주는 등 신경을 덜 써도 된다는 생각도 많이 반영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키워지는 수만큼 버려지는 고양이도 많다. 보호자의 기초지식이 없어 고양이의 병이 큰 병으로 발전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고, 예쁘다고 덥석 데려왔다가 알레르기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아이들도 많다. 게다가 고양이의 습성을 간과한 채 입양해서 가구를 망가뜨린다던가 높은 데에 올라가고 여기저기 뛰어다녀 정신이 사납다거나 주인을 할퀸다는 이유로 강아지처럼 혼을 내다가 고양이를 크게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개를 키우는 방식으로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라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 자기 의사표현이 확실한 고양이는 동등한 ‘동거인’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지 주인과 애완동물의 개념으로 바라보아서는 함께 살아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고양이를 키울 때에는 어느 정도 기초지식이 있어야 하루와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쉽게 판단해서 키우기에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동물이다. 화장실 모래는 최소한 하루 두 번은 치워주고 며칠에 한 번은 모래를 완전히 갈아주고 배뇨와 배변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비닐이나 실 등을 먹는 사고도 자주 발생하므로 집안 정리를 늘 잘해야 하기 때문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고양이가 소변을 여기저기 보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배뇨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반드시 화장실 모래를 뒤적여보자. 소변의 양이 적다면 병원에 가서 소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퇴원 이후 하루는 다시 검사해야 하는 날짜에 오지 않았다. 부디 건강해서 오지 않는 것이길 바랐다. 가족들이 하루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살길 바란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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