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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9 20:34 수정 : 2014.06.13 16:32

박정윤 수의사

[토요판/생명]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6년째 병원에서 만나는 재패니즈 칭 하늘이. 하늘이는 아빠를 가장 좋아해서 병원에서 의사들과 잘 지내다가도 아빠만 오면 언제 친했냐는 듯 으르렁거리고 앙칼지게 물어버린다.

하늘이를 부를 때는 ‘조하늘’이라고 성을 꼭 붙여서 불러준다. 막내아들이라 생각하시며 키우는 가족들이 성을 붙여서 불러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조하늘뿐만 아니라 성을 붙여서 반려동물을 부르는 가족들이 의외로 많다. 조하늘이 아빠와 함께 오는 날에는 한번씩 쳐다보는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흔치 않은 재패니즈 칭의 특이한 외모 때문일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하늘이와 아버지의 외모가 꼭 닮았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닮았다는 것이 자칫하면 욕으로 들릴까봐 몇 년 동안 속으로만 생각했다가 한번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조하늘은 아빠랑 정말 닮았어요.” 그랬더니 껄껄 웃으시며 무척 좋아하셨다. “그럼요. 아들이니까 닮았죠!”

유난히 나이 많은 동물들이 오는 우리 병원은 조하늘뿐 아니라 가족들과 비슷하게 생긴 반려동물이 많다. 덩치가 무척 큰 아저씨가 아주 작은 몰티즈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몸집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묘하게 닮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3살 요크셔테리어 ‘폴리’는 동글동글한 얼굴과 웃는 표정이 엄마랑 닮았다. 엄마뿐 아니라 고등학생 오빠와도 닮아 마치 원래부터 그 집 가족이었던 것처럼 누가 봐도 한 가족의 생김새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병치레도 가족들과 비슷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급성간부전으로 폴리가 왔을 때는 간염 때문에 아버님이 입원하셨고, 왼쪽 무릎이 안 좋아서 내원했을 때엔 엄마의 왼쪽 관절염과 유사하다고 말씀하셔서 놀란 적이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소한 생활방식이 비슷하다 보니 유사한 병력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소위 말하는 ‘액땜’으로 가족들 대신 아파주는 건 아니냐는 애매한 얘기로 웃어넘긴 적도 많았다. 어쨌든 가족들과 비슷한 병력을 가지는 아이들은 의외로 많다.

눈매가 똑같은 가족, 입매가 비슷한 가족, 성격이 비슷한 가족… 생김새도 성격도 닮은 부분이 많은 건 오랜 세월을 함께한 때문이리라. 왜 사람의 경우도 부부끼리 닮는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같이 아파한다. 최근 뇌과학에서는 이를 ‘거울 뉴런’으로 설명하는데, 인간은 타인을 모방하고 공감하는 속성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리촐라티 교수는 한 원숭이가 주위에 있는 다른 원숭이나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했는데도, 이와 관계된 똑같은 뉴런(신경을 구성하여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구실을 하는 세포)이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똑같은 행동을 따라 하진 않았지만, 그저 보고만 있어도 동일한 뉴런이 반응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모방하고 공감하고 교감한다. 인간과 동물이라고 다를까?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든 생명은 서로 교감하고 모방한다. 생물학적으로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하다 보니 서로가 묘하게 닮아온 것은 아닐까?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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