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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30 20:58 수정 : 2014.06.13 16:30

박정윤 수의사

[토요판] 생명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15살 미니핀 ‘로리’는 왼쪽 눈밑에 난 뾰루지가 곪아서 터졌다고 내원한 아이. 처음에는 발갛게 부어오르는 것 같더니 며칠 사이 고름이 찰 정도로 염증이 심해졌다. 로리는 ‘치근단 농양’(periapical abcess)이었다. 큰 어금니를 뽑고 로리는 부은 얼굴이 가라앉고 피부도 말끔해졌다.

12살 요크셔테리어 ‘아롱이’는 2주 전부터 누런 콧물이 나기 시작해서 감기 치료를 받으러 왔다. 갑작스레 날이 추워진 탓에 감기가 왔는지 누런 콧물과 코막힘 때문에 숨쉬기 힘들어한다고 가족들은 걱정했다. 그런데 누런 콧물은 아롱이의 한쪽 코에서만 나오고 있었다. 검사 결과 아롱이 역시 심각한 치주염과 치근단 농양 진단을 받았다.

치근단 농양이란 치아의 뿌리 끝(치근단)에 고름(농양)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치아 손상이나 심한 치주염으로 치수강(신경이 있는 공간)까지 세균에 감염돼, 치아 뿌리 끝 주변에서 고름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주위에 인접한 연부조직으로 퍼져나가 배출로가 형성되면서 농이 빠져나오는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엔 염증 물질이 피부로 배출로를 만들지 못해서 안구 주위가 부어오르며 개가 급격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겉보기에 치아가 멀쩡해 보여도 어금니의 경우는 뿌리 끝만 살짝 썩어도 이런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안면 부위에 염증이 생겨 가라앉지 않는다면 치과 엑스레이를 찍는 게 필요하다.

아롱이의 누런 콧물은 왼쪽 위턱의 송곳니 뿌리가 썩어 코까지 염증이 확대됐고 이윽고 콧구멍으로 농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결국 아롱이도 치과 방사선으로 송곳니 뿌리가 썩은 것을 확인하고 발치했고, 숨도 못 쉬게 괴롭히던 누런 콧물에서 아롱이는 벗어날 수 있었다.

개에게도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양치질 등 치아 관리가 중요하다. 사람과 달리 마취를 해서 스케일링을 하기 때문에 어떤 보호자들은 이를 주저하기도 한다. 심지어 10살이 넘도록 스케일링을 한번도 받지 않아 치석이 돌덩어리처럼 치아를 감싸고 있는 아이들도 생각보다 많다. 대부분 마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데 수술 전 검사를 하고 상태 확인 뒤 안전하게 마취하는 경우는 크게 겁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수면내시경을 하는 정도의 강도로 마취를 진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덜 두려워할까.

그리고 한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기계적으로 치아 표면을 긁어서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뒤에는 가능한 폴리싱을 통해 치아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고 열심히 양치질을 해주어야 한다. 먹는 치약이나 바르는 치약, 구강 스프레이 등은 어디까지나 보조제일 뿐이다.

양치질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순차적으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 무턱대고 칫솔을 먼저 입에 넣고 가르치기보다는 우선 손가락으로 잇몸을 한두번씩 문질러주는 식으로 입에 손가락이 들어오는 것에 익숙해지게 하자. 손가락 마사지가 익숙해지면 매일 한두번씩 칫솔질 횟수를 늘려서 양치질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이미 나이가 들어서 훈련이 어렵고 억지로 양치질을 시킬 수 없다면 치아와 관련된 처방식을 간식처럼 먹여서 양치질 대신 단단한 알갱이로 치아 표면을 자연스럽게 긁어주는 것은 어떨지.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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