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13 19:31
수정 : 2014.06.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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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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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생명] 박정윤의 ‘P 메디컬센터’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병원에는 명절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보호자들끼리 수다가 한창이다. 혼자 둬도 괜찮을지 아니면 시골에 데려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쿠키네는 고민이 많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면 쿠키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명절에 함께 고향을 가려는데 쿠키가 차를 탈 때면 흥분 상태가 되어 차 안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며 괴성을 지르고 침을 흘리고 토하기 때문이다. 애가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집에 두고 갈까도 고민했지만 며칠간 혼자 있게 할 수는 없어서 고민만 하던 가족은 멀미약을 한번 처방받아 보는 건 어떤지 상의하러 내원하셨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나 고양이들도 멀미를 한다. 차를 타자마자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불안해서 낑낑대고, 침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를 하면 멀미를 의심할 수 있다.
사람도 동물도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세가지 감각을 사용하는데 귀의 전정기관에서 담당하는 평형감각, 눈을 이용한 시각, 발바닥이나 다리관절 근육 인대 등에서 느끼는 체성감각으로, 이 세가지 평형유지 감각이 충돌을 일으키면 멀미가 나는 것이다.
귀는 청각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평형감각도 담당한다. 내이(속귀)에는 달팽이관, 전정기관, 세반고리관이 있다. 달팽이관은 청각을 맡고 전정기관은 위치감각을 맡고 세반고리관은 회전감각을 맡는데, 이 중 위치감각과 회전감각을 평형감각이라 한다.
멀미는 자동차가 움직이면서 일으키는 진동으로 전정기관의 위치감각과 반고리관의 회전감각이 몸이 움직인다고 뇌에다 전달하는데 시각이나 근육의 다른 감각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눈은 자동차의 안을 보고 있어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몸 안의 기관들이 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정보를 뇌에 보내기 때문에 자율신경계의 혼란이 일어난다.
쿠키가 차 안에서 난리를 치는 이유도 멀미 때문이다. 특히 멀미를 잘 일으키는 아이들은 어리거나 다 큰 아이들 중에서도 자주 답답해하거나 소화력이 자주 떨어지는 아이들이 그러하다. 멀미를 줄여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해볼 만한 몇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자동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적응을 시켜보는 것이다. 우선 장거리 여행 전에 평소 좋아하는 장소로 짧게 자동차로 이동을 자주 해본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자동차를 타는 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소로 가는 것으로 인식하여 두려움도 줄어들고 적응하기가 쉽다. 그리고 차 안에 있는 것부터 적응을 할 수 있도록 타자마자 바로 출발하지 말고 시동을 끈 채로 5~10분 정도 시간을 보내어 출발 전에 자동차에 적응하게 하는 것도 좋다. 차로 이동이 힘들다고 차를 멀리하게 되면 점점 멀미는 심해질 것이다.
둘째, 밖을 보게 해주는 것보다는 이동장 안에 넣거나 품에 꼬옥 안고 타는 것을 권한다. 밖을 보게 해주는 것이 멀미를 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각적 멀미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 이동장이나 품 안에서 흔들림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동장의 뚜껑을 열어두고 널찍하고 평평한 밑판에 평소 사용하는 장난감과 이불을 둬서 그 안에 아이를 두면 좋다.
셋째, 멀미를 하게 되면 구토중추를 자극하여 구토를 하기 쉬워지므로 위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차를 타기 3~4시간 전까지만 음식을 주자. 과식하면 멀미를 부추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 안의 환기는 충분히 하고 인공방향제나 담배 연기, 음식 냄새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진저(생강)오일이나 페퍼민트 같은 아로마를 티슈나 손수건에 묻혀 냄새를 맡게 해 후각을 자극시켜 메스꺼움을 막아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득이하게 멀미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면, 반드시 아이를 데리고 가까운 병원에서 상담을 해야 한다. 강아지 멀미약의 대부분은 진정제이다. 나이가 많거나 심장질환, 천식 등으로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 있는 경우에는 진정제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멀미약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이다. 멀미약을 사용할 때는 미리 처방을 받아서 떠나기 며칠 전에 집에서 미리 먹여보고 상태를 관찰한 뒤에 여행시 멀미약을 사용할지 결정하자. 그리고 먹이기로 결정했다면 출발하기 30분~1시간 전에는 먹여야 한다.
쿠키는 멀미약 대신 단단하고 넓은 이동장을 샀고 옷에다 아로마오일을 떨어뜨린 뒤 명절 전까지 일주일 동안 매일 차를 타보기로 했다. 쿠키야, 부디 성공해서 이번엔 즐거운 명절여행이 될 수 있길 바라~.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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