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15 20:03
수정 : 2014.06.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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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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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평생 아픈 적이 없던 12살 슈나우저 순돌이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 가족들은 순돌이가 몇달 전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받았을 때 큰 이상은 없다고 들었기에 몸 상태를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다 최근 순돌이 배가 불러오는 것 같아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 급격히 기운이 떨어져 몸이 차가워지고 얼굴이 창백해져 순돌이를 데리고 내원했다. 검사 결과 비장(위 근처에 있는 내장기관)의 종괴(혹 덩어리)가 파열된 것을 확인했고 급히 비장을 절제하는 수술에 들어갔다. 조직검사 결과 비장에 생긴 혈관육종이라는 악성종양이었다.
최근 들어 부쩍 종양으로 내원하는 아이들이 많다. 의외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조차 동물의 종양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다. 종양이 자라 암이 된다고 하면 “강아지도 암이 있냐”고 놀라는 사람도 많다. 악성종양을 제거하고 항암 치료를 한다는 것에 더 많이 놀란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유선종양 말고도 많은 종양이 있다. 비만세포종(mast cell tumor) 같은 피부종양이나 림프육종(lymphosarcoma), 뼈에 생기는 골육종(osteosarcoma), 비장이나 간의 연부조직(근육·인대·혈관 등 신체 결합조직 중 부드러운 조직)에 잘 생기는 혈관육종(hemangiosarcoma) 등 종양의 종류도 많다. 그중 복강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종양이 비장에 생기는 종양이다.
비장은 혀 모양처럼 생긴 장기로 위의 뒤쪽에 위치한다. 흔히 사람들이 ‘지라’라고 부르는 기관이다. 비장은 몸을 침범하는 세균이나 외부 단백질을 제거하는 면역 기능을 담당하며 노화된 적혈구, 혈소판을 포함한 여러 혈액 세포 및 면역글로불린이 결합된 세포들을 제거한다. 또한 적혈구와 림프구를 만들어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저장고 기능을 한다. 단핵세포의 절반을 저장함으로써 우리 몸에서 상처를 입는 부위가 발생하면 상처 부위로 단핵세포가 이동하여 상처의 치유를 돕도록 한다.
비장 종양이 발견되면 수술적인 제거를 고려하는 것이 권장된다. 수술 전에 양성(benign)인지 악성(malignant)인지에 대한 판단은 정확할 수 없다. 흉부나 다른 장기의 전이 소견이 보인다면 악성종양일 확률이 높긴 하다. 섣불리 주사기를 찔러보는 것은 ‘비추천’이다. 비장에 종양이 있을 때는 비장 전체를 적출하는 절제술을 추천한다.
비장 종양은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구토, 식욕부진을 보여 검사하다가 발견되기도 한다. 요크셔테리어 아가처럼 다른 질환으로 내원했다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비장에 종괴(혹)가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순돌이처럼 이따금 비장 종양이 안에서 파열되어 응급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다른 장기로 전이될 확률도 매우 높고 예후도 좋지 않다.
비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초기에 발견하는 가장 중요한 검사가 초음파 검진이다. 초음파 검사는 초기에 비장 안쪽에 생긴 혹들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엑스레이 촬영에서 비장의 혹이 보이는 경우는 이미 혹이 매우 커져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이다.
순돌이의 경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을 해보고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안심한 경우이다. 특정한 증상을 제외하고 구토나 식욕부진, 기운이 없는 막연한 증상들은 오히려 진단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반드시 전체적인 초음파 검사도 검진 항목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예전에 어떤 할아버지가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건강 관리를 했는데 뒤늦게 암 말기인 것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다. 나이가 많은 개는 건강검진 시 검사 항목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막연한 증상이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하게 된다면 최소한 방사선과 혈액검사 외에 초음파 검사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사소한 증상에도 여러 질병들을 떠올리며 걱정이 앞서는 것도 문제겠지만 나이 들어 기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생각도 조금은 위험하다. 간단한 구토 증상도 큰 병의 증상일 수 있다. 더욱이 기저질환이 있어서 정기적인 혈액검사나 약 복용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늘 병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안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을 늘 다니고 있어도 국소적인 검사만 하고 있다면 정기검진은 꼭 필요하다.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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