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병원에 다니는 닥스훈트 ‘모모’의 언니는 한밤중에 길에서 우연히 발바리 한 아이를 구조하게 되었다. 빵집 앞을 지나는데 8차선 도로에서 그 강아지가 뛰어들어 자동차에 치인 것을 보았단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는지 그 발바리는 일어서서 걸어가는데, 언니는 그 아이가 다시 차도로 뛰어들어 또다시 차에 치일까 걱정되어 잡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모모’네 언니는 작년에 아픈 기억이 있다. 학교 근처에서 자주 보던 고양이 가족이 있었는데 태어난 지 두달 된 새끼만 놔두고 어미가 사고로 죽었다. 학교 사람들은 아기 고양이를 구조센터에 보냈다. 열흘 안에 새 가족을 찾지 못하면 아기가 안락사가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모모’네 언니는 4~5일쯤 지나서 겨우 입양처를 찾았지만 아기 고양이는 이미 안락사한 뒤였다. 열흘도 안 됐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물음에 아기 고양이라서 전염병 감염 우려도 있고 돌보기가 쉽지 않아서 떠나보내게 되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기 고양이를 맡기면서 “열흘 안에 꼭 새 가족을 찾으면 되는 거죠?”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도 열흘은커녕 5일도 안 지나서 안락사시킨 것도 황당하고, 아기를 보낼 때 왜 연락조차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언니는 또 죽일까 봐 발바리를 구조센터에 데려가지 못했다. 직접 가족을 찾아보고, 못 찾더라도 발바리가 갈 곳을 만들어올 테니 일주일만 입원시키겠다고 한 언니는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 여기저기 붙이고 다녔다. 가족을 못 찾아 보호소로 가기로 한 전날, 기적처럼 강아지 가족에게 연락이 왔다. 발바리는 일주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얼마 전 울산 중구청에서 부상당한 유실견을 구조한 뒤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은 채 방치한 일이 있었다. ‘울산 대박이 사건’이라고 알려진 일이다. 발바리 대박이는 11월7일 문이 열린 틈을 타 집을 나갔고 하루가 지나지 않은 8일 새벽 1시께 피투성이가 된 채 구조된 뒤 구청 당직자에게 인계되었다고 한다. 8일 아침 가족들은 울산 중구청의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에게 대박이를 찾으러 갔지만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을 확인한 담당 공무원은 그런 개가 들어왔다는 보고가 없었다고 답했다. 나중에야 당직자에게 대박이를 인계받은 것을 떠올린 그는 12시께 가족에게 연락을 했다. 대박이는 오후에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틀 뒤 대박이는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대박이가 다친 상태로 12시간 넘게 방치돼 있다 숨진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동물단체에서 구청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이러했다. 새벽에 구조를 하게 되었는데 당직자가 개가 무서워 내장형 칩을 확인하지 않았고, 눈으로 보기에도 심한 부상으로 보이지 않아 그냥 두었다고 했다. 동물보호법 14조에 의하면 유기·유실 동물의 구조 보호 시 동물의 상태가 치료를 요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동물등록제가 시행중인 요즘은 식별장치가 부착되어 있거나 칩이 몸에 삽입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자세이다. 대박이는 마이크로칩을 한번만 확인했어도 금방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직자가 등록번호를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울산 중구청에서는 “유기동물을 포획하거나 구조했을 경우 가장 먼저 인식기로 등록번호를 확인하도록 당직 근무 요령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은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
박정윤 수의사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