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함께 일하는 수의사 선생님의 슈나우저 14살 ‘다롱이’가 얼마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3개월 전 검진을 했을 때도 보이지 않던 폐종양과 신장결석이 거짓말처럼 나타났고, 다롱이는 한달을 조금 넘게 버티다 떠났다. 다롱이는 떠나기 전 일주일을 집에서 가족들과 보냈다. 보호자가 수의사인데 살리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싶다. 결국에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그의 마음은 무거웠을 것이다. 병원에서 함께 지내던 코커스패니얼 ‘카스’도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카스는 2년 전 악성 유선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한 뒤 건강하게 잘 지냈다. 어느 날부턴가 앞가슴이 부풀고 알레르기처럼 얼굴도 가끔 팅팅 부어 검사를 받았는데, 폐에 생긴 큰 종양 덩어리를 발견했다. 실험실로 보낸 미세흡인검사에서 양성종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는 많은 고민을 했다. 수술이 어려운 부위인 폐종양이라 수술은 안 하기로 생각했다가 양성이라는 말에 떼어주고 싶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카스는 숨 쉬는 것도 힘들어했고, 잘 때도 호흡이 힘들어 누워서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힘들어하는 걸 손 놓고 지켜볼 바엔 수술을 해보자는 식구들의 마음을 따라 나는 카스의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뒤 조직검사 결과 악성종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스는 수술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 2년 전 신장결석 수술을 한 13살 ‘쿠키’는 반대쪽 신장에서 결석이 재발해 신부전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 우리는 3개월을 못 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키는 1년이 넘도록 투병중이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쿠키네는 지치지 않는다. 떠나보내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우리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처음에는 입원을 싫어했던 쿠키도 이제는 일주일에 3일씩 입원하는 것에 익숙해져 반복되는 채혈도 꾹 참고 수액 맞을 때도 기특하게 알아듣고 치료를 잘 받는다. 14살 요크셔테리어 ‘초롱이’는 꼬장꼬장한 할아버지다. 올해 여름 초롱이는 처방식도 거부하고 약도 다 뱉어냈다. 나이가 많아 혈압도 높고 지병인 호르몬 질환도 있어서 적극적인 치료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수액을 맞아야 하는데도 입원실이 싫어서 하루 종일 울부짖었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하루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초롱이는 눈에 띄게 괴로워했다. 우리는 초롱이의 성격을 존중하기로 했다. 치료를 포기하지 않지만 마지막까지 병원에서 힘들어하며 가족의 품이 아닌 곳에서 떠나게 하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매일 저녁 퇴원을 시키고 아침에 다시 입원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투병 4개월, 초롱이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밥도 잘 먹고 여전히 꼬장꼬장하다. 가족들의 인내심과 노력이 초롱이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 느낀다. 초롱이가 몇년을 잘 버텨줄지는 솔직히 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처럼 동물의 평균수명도 많이 늘어났다. 우리 병원에 오는 대다수 아이들은 10살을 거뜬하게 넘은 나이임에도 다들 건강하다. 13~14살은 무난하게 사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노년의 나이에 찾아오는 질환은 간단하지 않다. 고혈압은 물론 신부전, 호르몬 관련 질환도 많은데다 요즘은 유독 종양이 많아졌다. 목돈이 들어도 한번에 완치가 될 수만 있다면 고민이 없겠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시간을 들여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 늘어난데다 한가지 질환이 아닌 복잡하게 얽힌 다발성 질환으로 힘들어하다가 떠나는 경우도 많다. 사람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선택할 때도, 투석을 받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수액을 맞으며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 신부전 치료도 쉽지 않은 선택이고 지칠 수밖에 없다. 어떤 보호자는 진단이 나오면 고통을 주는 것이 싫어서 치료를 포기하고 안락사를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보호자는 코마 상태에 있는 아이라도 살아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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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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