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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0 19:45 수정 : 2014.06.13 16:11

[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휴일 낮에 황급히 달려온 ‘이쁜이’의 얼굴은 영화 <워킹데드>에 나오는 피범벅의 좀비 같았다. 12살 몰티즈 이쁜이는 불과 30분 전에 산책줄을 하고 엄마와 산책을 나갔는데 큰 개에게 입을 물려 아래턱뼈가 두 동강이 나서 덜렁거린 채 응급내원했다. 하악골의 중간이 부서져 버린 상태였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골절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었지만, 부러진 부위가 너무 뒤쪽이라 몽땅 제거하고 나면 혀를 길게 내민 채 살아야 할 지경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보호자는 충격에 빠졌고, 산책줄은 했지만 하필 이쁜이가 대문 안에 있는 큰 개가 짖는 것을 대문 아래로 들여다보다가 벌어진 일이라 보상을 받기도 애매한 복잡한 상황이었다.

보호자는 이쁜이를 살피지 못했다는 자책을 많이 했다. 그러나 사정 때문에 목돈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 병원 비용 걱정이 많이 됐다. 병원비를 이렇게 저렇게 할인해봐도 너무 큰 수술이었다. 수술 이후에도 수개월을 길고도 복잡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해서 예상 비용은 더 커졌다. 며칠 동안 고민하는 가족과 임시처치를 한 채로 힘들어하는 이쁜이를 보는 우리 마음도 너무나 편치 않았다. 어머니는 돈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며칠 동안 여기저기 알아봐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눈물을 흘리셨다. 차라리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줘야 하는 건지 고민하셨다.

상의 끝에 수술비의 일부를 먼저 내고 나머지를 석달에 나누어 내는 식으로 방법을 만들었다. 이쁜이는 부서진 뼈를 제거하고 나머지 부위를 정리하여 이어주는 골절수술을 받았다. 사람으로 보면 양악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이쁜이는 수술 후 두달 입원을 하고 넉달간 입을 벌리지 못하도록 고정틀을 한 채로 지냈다. 모두의 우려를 뒤로하고 이쁜이는 ‘새로운 이쁜이’가 되어 우리를 모두 기쁘게 했다.

사실 어느 병원이나 이런 일들은 왕왕 있을 것이다. 사정이 딱하고 힘든데 도와주고 싶어도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고, 또 좋은 마음으로 도와드렸다가 마무리되지 않고 부채만 쌓여 뒤통수 맞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우리 병원만 해도 당장 급한 응급수술을 앞두고 수술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퇴원 뒤 나누어 내게 하도록 한 적이 꽤 있다. 퇴원 뒤에는 남은 병원비를 모른 척하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돕고 싶어도 방법을 만들 수 없게 된다.

보호자들은 동물병원비가 비싸다고 욕하지만 동물병원은 종합병원이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준 높은 진료를 위해 여러 과목의 진료장비와 검사장비들을 수의사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 진료수가가 높을 수 있다. 정부에서 건강보험 제도처럼 지원받는 것이 아니니 보호자들이 체감하는 병원비는 비쌀 수밖에 없다.

박정윤 수의사

국가가 지원해주는 보험제도까지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 예전에 외국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 봤다. 큰 병원비가 드는 경우에는 국가에서 무이자 대출이라도 해줘서 큰 수술이나 진료를 받게 하고 갚도록 하는 외국의 펫론(pet loan) 제도라도 나쁘지 않다.

작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이쁜이의 병원비는 모두 정산되었다. 매번 봉투에 손편지로 감사인사와 직접 담근 차나 알로에를 함께 보내주시는 이쁜이 가족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선택이 기쁨으로 마무리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믿을 수 있게 해주셔서.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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