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올겨울엔 독감이 엄청난 기승을 부렸다. 날이 추워서인지 감기에 걸리고 치료를 받아도 기침 증상을 보인다는 몰티즈 미니도 가족과 함께 내원했다. 미니의 가족은 미니가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기침이 심해 걱정이라고 했다. 낮에는 잘 놀다가도 밤이 되면 기침을 한다고 해서 감기 치료를 받고 약을 먹였다고 했다. 예전에 기관지가 좁아져 있어 기침이 잦다고 들은 적이 있다는 가족들은, 미니가 기관지가 약해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 아니냐며 검사를 원했다. 미니의 기침은 심장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발병한 심장질환인 이첨판 폐쇄부전(MVI)이 원인이었다. 방사선상에서 심장이 비대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혈압도 상당히 높았다. 그동안 먹은 기관지약이나 기침약은 미니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약인 셈이었다. 심장초음파 검사 후 혈압약과 이뇨제, 강심제를 처방받았고 미니는 거짓말처럼 밤에 기침을 하는 증상이 호전되었다. 가족들은 기뻐했다. 처음에는 심장병은 완치가 아니라 관리를 해야 하는 질병이라 앞으로 계속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밤에 컹컹거리는 기침 소리를 듣지 않게 됐으니 말이다. 기침을 할 때마다 애가 타고 안쓰러웠는데 잠도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보니 미니의 남은 시간 동안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약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에 우리도 마음이 놓였다. 개의 기침 소리는 사람과 다르다. 마치 목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컥컥 소리를 낸다. 심한 경우는 컥컥거리다 구토하듯 기관지 분비물이나 침을 뱉어내기도 한다. 처음 키워본 사람들은 기침이 아니라 이물에 의한 구토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컥컥거리는 것은 ‘이물’이 아니라 ‘기침’이다. 동물을 키우는 가족들은 이러한 컥컥거리는 증상이 기침이라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 문제는 기침의 원인이다. 기침의 원인은 의외로 심각할 수 있다. 특히 미니처럼 나이가 있는 개의 경우에는 기침의 원인의 50%가 심장과 관련된 경우가 많음을 기억하자. 노령견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서 심장도 판막이 노화되면서 심장질환을 앓게 된다. 이런 경우 청진했을 때 두근두근하는 심장 소리가 아닌 심방과 심실의 혈액이 섞이며 생겨나는 ‘슉슉슉’ 하는 심잡음(와류음)이 들린다. 커지는 심장 때문에 호흡에도 문제가 생겨 흥분하거나 운동 시에 컥컥거리는 기침을 하는 증상이 일반적이다. 밤이 되면 기압이 낮아져서 기침 증상이 더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심잡음이 들린다고해서 모두 다 약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기침 증상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심장질환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시기에 약을 복용하는 것은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해주는 중요한 부분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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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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