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미미가 치매인가봐요. 우리 아이가 똥을 먹어요.” 푸들 미미의 가족들은 지쳐 보였다. 미미가 나이도 있고 살이 쪄서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다이어트를 시키기 시작한 미미네는 어느 날부터 똥 싼 흔적만 있어서 설마 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미미가 똥 먹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먹을 것을 워낙 심하게 밝히던 애가 좋아하던 간식과 고기를 끊자 배가 고파 똥을 먹는 거라 생각해 그날로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원하는 만큼 사료도 밥그릇에 가득 부어주고 다시 간식도 먹이기 시작했지만 미미는 계속 똥을 먹었다. 가족들은 미미가 똥을 먹을 때마다 혼냈더니 주눅 들어 하고 숨어서 몰래 똥에 입을 대는 모습을 보면서 혼란에 빠졌다. 똥을 먹은 이후 싸놓은 똥도 물러지고 구토도 잦아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강아지가 분변을 먹는 증상을 의학용어로 ‘식분증’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어릴 때 식분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미미의 경우는 8살이 넘어 시작된 식분증이라 가족들은 치매가 왔다고 생각했다. 식분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영양결핍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행동학적인 문제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어린 강아지들이 저급한 사료나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여 단백질이나 미네랄이 모자라는 경우 자신의 똥을 먹기도 한다. 또 좁은 공간에 갇혀 있거나 충분한 놀이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시작될 수도 있다. 주위에 놀 거리도 없고 뛰어놀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어느 날 문득 똥에 관심을 가지면서 냄새 맡고 맛보고 먹다가 습관이 되는 경우다. ‘장난감’처럼 여기다 ‘간식’이 되는 것이다. 미미의 식분증은 다른 데 원인이 있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 때문에 생긴 췌장기능부전이 문제였다. 어려서부터 고기와 간식을 입에 달고 산 미미는 나이가 들면서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는 것이 버거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고집했던 미미는 췌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무른 똥을 싸고 간헐적인 구토를 했고, 거기에 급작스런 다이어트와 맞물려 영양의 불균형이 오면서 똥을 먹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똥을 본 미미에게 영양결핍일까봐 맛있는 것을 원없이 먹으라고 준 가족들의 의도는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성견의 갑작스런 식분증은 질병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생충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생긴 췌장염이나 췌장기능 부전으로 인한 소화효소 결핍으로 영양소의 흡수부전(malabsorption), 비타민과 미네랄의 결핍도 원인이 된다. 소화가 덜 된 채로 영양소가 빠져나와 분변에 함께 나오게 되면 식분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기생충이나 췌장질환뿐 아니라 당뇨나 부신피질 기능항진증(cushing’s disease), 갑상선 질환이나 스테로이드 장기복용 등으로 식욕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증상과 관련된 질병의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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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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