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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8 19:39 수정 : 2014.06.13 15:44

[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동물단체에서 입양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하는 덕분에 입양해서 키우는 가족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여러 번 가족이 바뀌면서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고, 산만하고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소심한 아이들도 있다. 입양을 하면서 새로운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힘들어하기도 한다. 유독 남자만 보면 으르렁거리는 발바리 희망이는 병원에서 남자 선생님들이 만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길거리 생활을 하면서 아저씨한테 괴롭힘을 당한 기억 때문인 것 같다고 마음 아파하는 보호자를 보면서 나도 기억나는 아이들이 있다. 극뽁이와 귀빈이.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대개 소심하고 겁에 질려 있다. 손만 뻗어도 몸을 움츠리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영양이 결핍되고 많이 다친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몸이 회복되면 좋은 가족을 만나 입양을 간다.

극뽁이는 ‘황구 학대 사건’으로 알려진 아이다. 많은 사람이 치를 떨며 경악할 정도로 충격적인 상태가 수술하고서 많이 좋아졌고, 방송을 탄 이후로 좋은 가족을 만났다. 입양 이후 극뽁이가 가족 중 할아버지를 자꾸 물어 종종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범인이 잡히지 않았지만 황구를 때린 사람이 아마 나이가 지긋한 남자였을까. 그런 생각에 마음 아파한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극뽁이는 행복하게 지낸다.

귀빈이는 강아지를 댓돌에 던지고 호스로 때리고 칼로 위협하던 한 노인에게서 구조한 아이였다. 지속적인 학대로 귀빈이의 몸은 엉망이었고, 구조 뒤 귀빈이는 치료를 받고 입양됐다. 입양되고서 몇개월 뒤 어떻게 지내나 촬영을 갔더니 귀빈이는 긴 줄에 묶여 있었다. ‘왜 저렇게 묶어 둘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유가 있었다. 입양 뒤 귀빈이가 집 밖으로 나가 동네에서 만난 할아버지를 물어 경찰이 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 뒤로도 사람을 무는 것이 반복되면서 여러 번 민원이 들어왔고 피해 보상이 반복됐다. 그 후 귀빈이는 마당 밖으로 못 나가도록 묶어 두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귀빈이는 끈을 길게 해서 묶어 두고 시간이 날 때면 풀어주며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귀빈이 역시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지낸다.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동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행동을 보인다. 사람을 무서워하던 마음에는 억눌린 분노도 존재한다. 공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자신을 학대한 대상과 유사한 사람에게 적대감을 표현하거나 공격하기도 한다. 또는 지나치게 사나워지고 제멋대로의 성격을 보인다.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자폐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학대 경험이 있는 개를 입양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입양하고 다시 파양되는 아이들은 지나친 공격성이나 심한 분리불안을 보여 가족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파양의 경험은 또다시 상처가 되어 문제가 반복된다. 또한 좋은 마음으로 입양한 가족들도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하고 힘들어하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입양 뒤 지속적인 교육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박정윤 수의사
학대받은 동물들은 학대받은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몸의 치유뿐 아니라 마음의 치유도 병행되어야 하며,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 몸이 회복되고 멀쩡해 보여도 마음의 상처는 오래 남는다. 심리적인 치료를 위해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강도 높은 훈련보다는 장기간 긍정 교육을 통해 교감을 주도록 가족과 전문가가 긴 시간 노력해야 한다. 몇년이 지난 지금 구조된 아이들은 잘 살고 있을까.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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