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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02 19:29 수정 : 2014.06.13 15:43

쇠락한 탄광도시에서 고양이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대만의 허우둥. 어디서든 고양이를 볼 수 있다. 박정윤씨 제공

[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대만에서 가장 가보고 싶던 허우둥 마을에 들렀다. 이 마을은 한때 탄광촌으로 번성해 6000명이 넘는 주민이 살았으나 1990년 폐광된 이후 인구수가 급감해 주민이 300여명뿐이다. 기차 소리와 사람들로 북적이던 허우둥의 모습은 지금은 찾을 수 없고, 이곳을 다시 살려 보려고 2005년 대만 정부는 이곳에 ‘허우둥 석탄박물관’을 만들었다. 2008년 이후 허우둥은 관광 명소가 됐고, 주말마다 수천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계기는 석탄박물관이 아닌 길고양이였다. 허우둥은 한마디로 ‘고양이의 천국’이다.

허우둥의 고양이. 박정윤씨 제공
고양이 마을의 탄생은 이 마을의 한 캣맘(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보호자) 덕분이었다. 한 캣맘이 이웃이 버리고 간 길고양이를 돌봐주면서 고양이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봉사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점점 이 마을은 고양이의 천국으로 거듭났다. 마을을 둘러보면 황폐해진 탄광촌 곳곳에 고양이들이 쉴 집과 먹고 마실 수 있는 음식이 있다. 고양이들은 관광객들이 다니는 기념품 가게나 이곳 주민들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기념품 가게에 진열된 물건 옆에서 얌전히 관광객들을 쳐다보는 아이도 있고,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거나, 카페에서 데이트에 열중하고 있는 커플의 사이를 파고드는 고양이도 있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들의 손길에 ‘하악질’ 한번 하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보면 어디에든 고양이가 있다. 유기묘로 시작돼 불어난 100여마리의 애교 많은 이곳 고양이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했고,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허우둥에 찾아온 관광객들. 박정윤씨 제공
이제 주민들은 쇄도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 상점을 열고 가게, 식당에 고양이 간판을 앞세워 고양이 캐릭터 기념품과 기념도장, 길고양이에게 줄 먹이들을 팔고 있다. 기차역 지붕에는 고양이 조각이 있고, 기차역은 모든 벽을 고양이 그림으로 꾸며놨다. 기차역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다리에 고양이 통로를 만들어 관광객을 마중하도록 했다.

모든 주민이 고양이를 다 사랑할까 싶지만, 이곳에선 고양이가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인식되는 것은 분명하다. 허우둥에서 고양이는 마을을 되살린 공헌을 한 일등 공신인 셈이다. 가게 주인의 눈에 들지 못하고 세력 싸움에서 밀려난 고양이들의 관리 문제 등이 약간 염려가 되지만,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과 비교해보면 정말 ‘천국’이 맞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젊은 외부 사람들이 이곳에 카페를 차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도 했다.

사실 허우둥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만난 개와 고양이들은 모두 자유롭고 여유로웠다. 2001년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되면서 대만의 동물보호 인식은 빠르게 자리잡았다. 저녁이 되어 가족들과 산책을 나온 수많은 강아지는 물론 마트, 백화점, 식당 등에도 동물들의 출입이 가능하다. 길에 사는 개, 고양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누구도 길에 떠도는 개, 고양이를 쫓아내지 않는다. 길고양이들은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식되었고 종종 사람을 만나면 따라 들어가 밥을 달라고 냉장고 문을 긁으며 넉살을 부린다.
박정윤 수의사
공사장에서 사는 개들은 공사장 인부들이 돌보아주면서 제집처럼 드러누워 쉬고 있다. 대만 총리는 혈통이 없는 누렁이 유기견을 입양하여 유기견 입양을 홍보한다. 대만은 길고양이와 떠도는 개들을 안락사시키는 대신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돌려보내는 티엔아르(TNR: Trap-Neuter-Return)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동물단체들이 끊임없이 유기동물의 안락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오면서 길고양이의 티엔아르를 시작했다. 눈에 거슬린다고 잡아다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고양이의 보은’처럼 허우둥 같은 마을이 우리나라에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박정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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