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10 20:56
수정 : 2014.06.13 16:56
|
출판인 김보경
|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기는 사람들은 늘 전쟁이다. 밥을 줘서 길고양이가 꼬인다며 화를 내는 이웃의 삿대질을 받아야 하고,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동물이나 챙기는 미친년, 미친놈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러다 보면 마음도 전쟁터가 된다. 오히려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이 없어진다고 말하려 해도 이미 마음을 닫고 서슬 퍼렇게 달려드는데 해코지나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 자리를 피한다. 몇 번 밥을 주다가 이런 번잡함이 싫어서 그만두고 나면 스치는 길고양이만 봐도 미안함에 한동안 마음이 무겁다. 그러며 생각한다. 나는 정말 동물에나 집착하는 미친년인가?
차 없는 뚜벅이로 걷기 좋아하는 나는 종종 힘든 상황과 맞닥뜨린다. 고단한 길 위의 삶과 가깝게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골목을 걷다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만나면 마음이 무겁고, 겨울 한파라는데 길에서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가 모포를 잔뜩 둘러쓰고 앉아 온기라고는 없어 보이는 도시락을 드시는 모습에 목이 멘다. 그런데 더 힘든 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길고양이에게 손을 내민 것은 이런 길 위의 삶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길 위에는 사람도 살고, 버려진 개도 살고, 배고픈 고양이도 사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힘들었던 마음에서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것이다.
겨울은 어느 생명에게나 힘든 계절이다. 흔히 사람들은 고양이는 물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추운 겨울 밤새 어디선가 잔뜩 웅크리고 옹송그렸던 길고양이들이 아침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하나둘씩 나타나면 신속히 사료와 물을 대령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료보다 물을 먼저 찾는다. 성질 급한 아이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밤새 꽁꽁 언 물그릇에 혀를 대다가 혀가 얼음에 덜컥 붙어 피가 나기도 한다. 밤새 언 몸을 녹이라고 따뜻한 물을 부어주면 연신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물이 식기를 기다리는 고양이를 보며 나도 마음에 온기를 채운다. 길 위의 생명에게 손 내미는 일이 그리 욕먹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동물은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삶의 터와 방식을 빼앗겼다. 광우병, 구제역, 소 값 폭락 등 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소는 생명이 아니고 고기다. 숲을 잃은 야생동물은 도시로 내려온다. 어쩌자고. 북극곰은 동물원에서 40도의 폭염을 견디고, 유독 한국에서만 임신, 출산으로 개와 고양이를 내쫓는다. 아이들은 햄스터를 믹서기에 돌린다.
자기중심적인 사람과 만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듣기에 꽤 재능이 있다는 나도 그들과의 대화에는 인내심이 폭발한다. 마찬가지로 지독히 인간중심적인 세상 속에서 동물은 신음한다. 소통하려면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하듯 공존하려면 동물의 처지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앞으로 동물의 말을 전하는 ‘야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어볼 생각이다.
출판인 김보경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