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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6 19:08 수정 : 2014.06.13 16:57

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부산의 동물보호단체에서 연 펫로스(pet-loss)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다녀왔다. 펫로스란 반려동물을 잃고 남은 자의 슬픔을 말한다. 종의 차이일 뿐 가족이라 여겼던 존재와 죽음으로 이별한 것이니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는 족히 예상되는 일이다.

세미나 며칠 전 함께 살던 개가 죽자 한 여성이 자살을 택한 일이 발생했다.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라 기자들이 세미나를 주최했던 단체 대표에게 도움말을 부탁한 모양이다.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을 해도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지인들이 개에게 돈과 시간 그만 쏟고 인생을 찾으라고 했는데도 당사자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라는 담당 경찰의 인터뷰 등 관련 보도만 봐도 사람들의 시선을 대략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쭉 미디어에서 다룬 대로 인간관계에서 실패하고 도피한 사람이 동물에 집착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기사를 접하고 안타까웠다. 그에게 속 이야기를 터놓을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개가 노환으로 생긴 병으로 떠났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했을 것인가.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곁에 한 명만 있었어도. 안 그래도 세미나에서 떠난 반려동물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을 딱 한 명이라도 만들어두라고 얘기할 예정이었다.

“개 따위 죽었다고.” “빨리 잊어버리고 다른 고양이 사.”

이런 반응이 무서워 사람들에게 터놓지 못하고 슬픔을 억누르다 제대로 이별할 시기를 놓치고 상처로 끌어안게 되는 사람이 많다. 속으로는 ‘개, 고양이 따위’라고 생각하더라도 가족 같은 존재를 잃은 사람에게 겉으로는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노견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방송사 피디에게 사람들이 “개도 늙어요?”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개와 고양이는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이구나 생각했다. 반려동물은 개뿔!

내게는 이런저런 메일이 날아오는데 그중에는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도 많다. 그런데 그중에 위태로워 보이는 분들이 있다. 이야기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아이를 따라가고 싶다는. 마지막으로 손을 내미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심을 담아 위로의 말을 건네고 글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갈 기운을 얻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날 세미나에서 내가 한 얘기는 평범했다. 잘 이별하기 위해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할 것, 그래서 아이들과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을 상처가 아닌 행복으로 기억할 것. 그런데 많은 분들이 울었다. 왕복 네다섯 시간이 걸리는 멀리서 온 분들도 있었다. 내 얘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확인한 안도감에서 나오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슬픈 것이 나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같은 마음.

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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