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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7 09:56 수정 : 2014.06.25 10:21

송지현 소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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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여행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최근 나는 3년 사귄 애인과 헤어졌다.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내 또래의 연인들이 할 법한 평범한 연애였고, 이별이었다. 그는 내게, 나와 헤어지는 건 네 인생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거야, 라고 했다. 사실이었다. 가끔 지난날들을 돌이켜보아도 내 인생에는 사건이랄 게 없었다. 마음을 잠식할 만한 거대한 일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반면에 엄마와 이모들은 나를 과하게 위로했다. 한증막 안에서 내가 맛있는 것 좀 먹고 싶다, 고 중얼거리자 고목 이모가 원래 우울하면 맛있는 게 당기는 거라며 내 손을 잡았다. 내 몸의 열기만으로도 버티기 힘든 한증막 안에서 이모가 손을 잡자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엄마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래선지 요즘 엄청 먹어대더라고. 엄마는 고목 이모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 고목 이모가 엄마의 귀인 사주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땀으로 번들대는 셋의 알몸이 잠시 서로의 몸에 닿았다. 나는 둘을 뿌리치고 밖으로 기어나갔다. 밖에서 연거푸 물을 마시고 있을 때 이모와 엄마가 나왔다. 여행을 가자. 맛있는 거나 실컷 먹는 거야. 고목 이모의 말에 엄마가 덧붙였다. 이왕이면 해돋이도 보고 오는 거야. 여행 준비는 고목 이모가 맡았다. 엄마는 가게를 잠시 닫기로 했다. 고목 이모는 원래 일을 하지 않으니 상관없었다. 마침 목욕 가방을 달랑거리며 들어오던 103호 이모에게도 여행을 가겠느냐고 물었다. 103호 이모는 옷을 벗는 동안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대신, 볼일이 있으니까 대전에 들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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