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현 소설 <4화>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차를 바싹 붙이지 못한 나는 표를 꺼내러 내려야 했다. 뒤로 늘어선 차들이 일제히 클랙슨을 울려댔다. 표를 뽑아 다시 차에 올랐을 때, 고목 이모는 휴게소에서 산 맥반석 오징어를 뜯고 있었다. 표를 뽑고 다시 운전대를 잡으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냥 기차를 타고 가자고 우길걸. 넷 중에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차가 출발하자 고목 이모가 옆자리에서 오징어를 뜯어주었다. 오징어는 내가 알아서 입에 넣어줄 테니까, 넌 운전에 집중해. 오징어는 좀 질겼다. 나는 조심스레 액셀을 밟았다.
여행이 결정되었을 때 차를 타고 가자고 주장한 건 고목 이모였다. 고목 이모는 운전면허 시험에 다섯 번이나 떨어졌다. 필기시험은 최고점으로 합격했는데 늘 실기가 문제였다. 강사를 태우고 코스를 도는 동안 이모는 열 번도 넘게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땀이 나서 속옷까지 다 젖었다. 이모는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강사와 자리를 바꾸어야 했다. 강사가 이모를 대기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모는 그 뒤로도 여러 번 실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내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이모는 우리 엄마에게 운전 학원에 등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차도 없는데 운전은 뭐하러, 라고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이모는 결국 나를 데리고 운전 학원에 갔다. 생각보다 강습료가 비싸서, 이모는 엄마에게 자신이 강습료의 반을 대겠다고 했다. 엄마는 그러니까 차도 없는데 운전은 뭐하러, 라고 다시 말하긴 했지만 결국 강습료의 반을 대주었고, 나는 모든 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다. 운전면허증이 발급된 날, 우린 한증막에 가서 땀을 뺐다. 고목 이모가 박사를 쐈다. 나는 박카스와 사이다를 섞어 먹는 게 좋지 않다는 기사가 났다고 열변을 토했지만, 한증막에서 과학이나 논리 따위는 먹히지 않았다.
고목 이모는 103호 이모와 엄마에게도 오징어를 뜯어주었다. 103호 이모가 입을 열었다. 라디오에서는 뽕짝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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