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현 소설 <5화>
이모의 남편은 조용하고 입술이 얇은 사람이었다. 집안은 가난했지만 번듯한 직장이 있었고 무엇보다 성실했다. 예의 바른 상견례가 이어졌고 둘은 소도시에 아파트를 얻어 살았다. 이모의 부모는 동네 사람들에게 딸이 아파트에 산다며 세면대와 신식 변기를 자랑했다. 남편은 신식 문물에 애증의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틈만 나면 가전제품을 부수고 새로 사길 반복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물건을 부술 때마다 시끄럽단 말을 중얼거렸다. 남편이 마지막으로 다닌 곳은 트럭 운송 업체였다. 트럭을 몰 때는 혼자라 좋다고 했다. 세상엔 쓸 데 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고도 덧붙였다. 그즈음 남편은 밤마다 술을 마셨다. 그리고 어느 날은 이모를 똑바로 보며 시끄러워, 라고 중얼거렸다. 이모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남편은 그때부터 가전제품 대신 잡히는 대로 사람을 부수고 다녔다. 남편의 합의금을 갚느라 이모는 라이브 카페에서 일을 했다. 카운터를 지키는 일이었다.
라이브 카페에선 밴드에게 팁만 쥐여주면 아무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술 취한 사람들은 음정 박자를 무시했다. 간혹 노래를 부르다 말고 무대 왼쪽에 있는 드럼 위로 고꾸라지기도 했다. 이모는 일할 때면 늘 귀마개를 꼈고, 그때부터 노래를 못하는 건 죄라고 생각했다. 이모는 그래서 함께 노래방에 가도 절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춤을 춘다.
어쨌든 그날도 이모의 남편은 술을 마셨고, 집 안 물건을 집어 던지며 이모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모는 출근을 해야 했다. 남편이 트럭은 소음이 심해서 못 견디겠다고 외쳤다. 그건 주정뱅이의 노래보다 더 듣기 싫었다. 이모는 귀마개를 꽂고 남편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작은 여행 가방이 남편의 물건으로 가득 찼다. 이모가 방문을 나서자 남편이 화분을 던졌다. 이모는 여행 가방을 들어 간신히 화분을 막은 뒤, 가방을 남편에게 던졌다. 이 집에서 네가 제일 시끄러워! 이모는 현관문을 닫고 라이브 카페로 가서 음치들에게 시달렸다. 이모가 퇴근했을 때 남편은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모는 장롱 뒤에 손을 뻗어 숨겨놓은 비상금을 찾아보았다. 비어 있었다. 비상금도 남편의 행방도 모른 채, 이모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뒤 이모의 집은 내내 조용했다.
그럼 남편한테 연락이 온 거야? 고목 이모가 물었다. 아니, 그 사람 동거녀한테 연락이 왔어. 103호 이모가 이어서 말했다. 그 사람, 죽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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