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현 소설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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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계 여자가 파를 썰고 두부와 계란을 풀어 순두부찌개를 끓이는 모습은 굉장히 이상했다. 이상하다기보단 어색했다. 우리는 노란 장판 위에 놓인 철제 식탁 앞에 앉았다. 장판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여자는 103호 이모의 편이 죽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고 했다. 외국 처자가 그 양반이랑 어떻게 안 거예요. 103호 이모의 말에 여자가 대답했다. 공장에서 같이 일했어요. 여자는 5년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하는 말이지만, 이라고 여자가 운을 뗐다. 우리 넷은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여자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웃는 걸 보고 미소 짓던 여자가 말을 이었다. 제 결혼 생활은 불행했어요. 여자는 호텔 프런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숙박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질문을 했고, 여자 또한 매일 비슷한 대답을 했다. 그러다 알게 된 한국계 지인의 소개로 첫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다리를 저는 것 빼곤 특별한 점이 없었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극성맞은 시어머니 또한 너무나 평범했다. 남편은 여자를 한국어학당에 보내주었다. 2년 동안 여자의 한국어 실력은 나날이 풍성해졌지만 배는 불러오지 않았다. 산부인과에서 불임 결과를 통보받던 날, 여자는 남편에게 떠나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잡지 않았고, 여자는 휴대전화를 조립하는 공장에 취직했다. 103호 이모의 남편을 만난 것은 그 공장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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