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박재동 화백
|
잊지 않겠습니다
약사 되겠다던 동현에게
사랑하는 아들 동현이에게.
우리 착한 아들, 천국 생활은 이전 삶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지? 잘 지내고 있지? 그곳 생활은 어때? 이 세상보다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은 곳이지?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도 막상 할 말이 생각이 안 나네. 이 현실을 엄마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들이 꿈에 보이더구나. 아주 예쁜 모습으로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구나. 여행가기 전까지도 “엄마 아프게 하는 사람들을 혼내주겠다”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히 들리네. 엄마가 늘 연약해 약을 많이 먹는 모습을 보고, 약사의 꿈을 가졌던 아들. 살면서 병원에 거의 가지 않던 아들. 몇 년에 한번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않고 약 한번 안 먹고 이겨낸 아들.
엄마 무릎에 누워 귀 청소 해달라고 어리광부리던 목소리. 늘 자신보다 남을 배려해주고 아파해주고 이해해주고. 부족한 엄마, 아빠 또한 이해해줬던 아들. 동생 수빈이하고도 말다툼할 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 참던 아들. 여행가기 전 사랑한다고 말해줬던 아들. 명랑하고 아이 같은 목소리라서 다들 너를 다람쥐라고 불렀지. 동생 수빈이가 오빠 좋아하는 요리 만들어 입에 넣어주던 지난 시간이 너무 아파 오네.
여행가기 전 쑥스러워서 엄마랑 팔짱끼는 것조차도 안 했던 아들이 갑자기 팔짱을 꼈었지. 육개장도 맵다고 안 먹던 아들이 갑자기 육개장을 해달라고 했었지. 여행가는 날 아침에 육개장 먹으면서 밥, 국 전혀 남기지 않고 먹고 나서 “엄마 이제껏 먹은 거 중에 제일 맛있게 먹었어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는구나. 과일을 엄청 좋아해서 하루에도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열고 닫았었지. 나는 아직도 꿈속에서 헤매는 것 같아.
지나온 시간, 추억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나 뭉클하네. 이를 어찌해야 할지 멍하구나. 앞이 깜깜해지는 이 길을 어떻게 걸어나가야 할지. 동현아, 보고 싶어. 우리 아들 늘 함께하고 있지? 여행 첫날밤 불꽃놀이에 재미있다고 보냈던 문자. ‘아들 사랑해’하니까 ‘나도 사랑혀요’라고 했었지. 너무 보고 싶어. 우리 만나는 날까지 조그만 참고 기다리자. 아들, 미안하고 사랑해.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