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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5 19:08 수정 : 2014.06.26 13:55

사진 장승은 제공

[매거진 esc] 장승은의 스타일 선발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신체의 수많은 결점 중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이 바로 발이다. 5살 유치원에서의 미술시간, 도화지에 발을 대고 크레파스로 그대로 따라 그려놓은 발 모양이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넓적하고 예쁘지 않아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땐 나의 형편없는 그림 솜씨 탓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라면서 나의 발은 예뻐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못나지고 있었다. 발볼이 넓은 편이고 엄지발가락은 유독 못생겼다. 거기다 힐을 신은 뒤부터는 발가락이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의 기미마저 보였으며, 대학원 시절 발등에 금이 간 이후부터는 약간의 통증도 이따금 느껴졌다. 출산 뒤에 늘어난 발 크기는 이제 내가 몇 사이즈를 신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총체적 난국에 이르게 했다.

못생긴 발은 비단 외형에 대한 콤플렉스로 그치지 않는다. 발로 인해 유독 피곤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 탓에 신발을 고를 때 많은 제약이 따른다. 앞볼이 좁은 날렵한 구두나 가느다란 스트랩샌들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스틸레토힐을 좋아하지만 즐기지는 못하며 플랫슈즈 역시 금방 발이 아파서 오래 신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명품이라 하더라도 기능적인 문제가 있는 발에는 개 발에 편자나 다름없다. 그러다 눈을 돌린 것이 바로 맞춤구두다.

초기에 알게 된 맞춤구두는 기존 매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에 발볼과 굽 정도만을 조합하는 형태였다. 편안해진 발과 안정된 굽은 만족스럽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수제화는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무난한 발’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서울 성수역 주변에 드문드문 들어선 수제화 매장이나 허름해 보여도 내부는 알찬 염천교 주변에서 이러한 매장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매장은 국내 유명 브랜드의 하청업체가 많아 잘 고르면 유행에도 뒤지지 않는 상품들을 찾을 수 있다.

만일 착화감이나 패턴, 디자인, 굽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키는 수제화를 찾고 있다면 서울 성수동의 실비제화(사진)를 찾아가보자. 성수역 뒤편 연무장길에 자리잡은 실비제화는 얼핏 보면 작은 외관에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매장과 공장이 함께 운영되는 흔치 않은 곳이다. 일단 들어서면 발볼을 재고 원하는 패턴과 디자인, 가죽, 굽 높이 등 어느 하나 나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없다. 46년 된 구두 장인들이 모여 그야말로 하나하나 수작업에 1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까지 여러모로 볼로냐의 명품 구두가 부럽지 않다.

수제 구두를 맞추고 싶다면 자신이 원하는 바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다소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 진열장에 있는 구두들만을 보고는 유행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막상 펼쳐져 있는 모양에서 원하는 디자인이나 패턴을 고르기가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사이즈를 재고 패턴과 굽을 고르고 나면 나만의 하나뿐인 구두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옛말에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구두는 앞으로 또 어떤 좋은 곳으로 나를 인도할까?

장승은 홍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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