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10 20:35
수정 : 2014.09.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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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승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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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장승은의 스타일 선발대
대학시절, 몇 번의 연애 후 ‘귀차니즘’에 빠진 한 선배가 말했다. “하늘에서 3년 된 여자친구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딱히 많은 노력을 쏟아붓지 않아도 되는, 나에게 익숙하고 최적화된 사람을 원한다는 ‘괘씸한 망언’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하고 말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가끔 스멀스멀 귀차니즘이 도래할 때면 그 말이 한번씩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정말 마술처럼 ‘3년 된 여자친구’와 같은 존재들이 나타났다.
바로 2014년도 소비 트렌드의 한 면에 우뚝 선 ‘큐레이션’ 서비스가 그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작품이나 유물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큐레이터가 있듯이,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의 취향을 분석해 내게 맞고 필요한 것들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큐레이션 서비스를 처음 접한 것은 2008년 결혼 첫해, 맞벌이에 살림이 서툰 며느리를 위해 시어머니께서 권해주신 달팽이밥상(www.dalbab.com)이었다. 팔당의 유기농 재료들을 국거리, 반찬으로 구성해 1~2주에 한번씩 집으로 배달이 오면 간단한 손질만으로 건강한 상차림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손꼽아 밥상이 오는 날을 기다리곤 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더욱 진화해 어느덧 내게 필요한 것들을 쏙쏙 뽑아내 추천해주는 전문가나 실력파 상품기획자(MD)가 되었다. 패션 및 스타일링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큐레이션 서비스가 바로 ‘바이박스’(www.bybox.co.kr)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출연한 간호섭 교수가 출시한 이 서비스는 출시되는 박스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클러치, 액세서리, 스카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소품들로 구성된 ‘바이박스’는 박스에 있는 제품들로 구성된 스타일링 컷에 시중가보다 70~80% 저렴한 착한 가격까지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고달픈 직장생활의 시름을 달래주는 ‘샐러리맨 박스’(www.salarymanbox.com)도 있다. 남녀를 구분해 휴대용 세제, 핫팩, 숙취해소제 등 요긴한 제품들로 알차게 구성돼 있는데다 쇼핑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 모처럼의 ‘신상 구경’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서울의 유명 제과점의 빵을 선별해 배달해주는 ‘헤이브레드’(www.heybread.com)도 나오는 즉시 매진되기 일쑤인 빵들을 집에서 손쉽게 받을 수 있어 빵순이, 빵돌이들의 입소문을 꽤나 탄 사이트다.
내 취향에 맞는 책도 추천받아 바로 볼 수 있다. 책을 좀 봐야 할 것 같은데 간만에 들른 서점의 수많은 책 앞에 기가 죽는다면 ‘리디북스’(www.ridibooks.com)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내 취향에 맞게 추천한 전자책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받으면 너무 좋지만 막상 나를 위해서는 선뜻 사기가 힘든 것이 꽃이다. ‘꾸까’(kukka.kr·사진)에서는 계절과 시즌에 맞는 꽃을 예쁜 꽃다발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배달해준다. 불쑥 찾아오는 꽃배달에 은근한 설렘은 덤이다.
연휴가 끝나고 이래저래 귀차니즘이 몰려온다면, 혹은 호되게 연휴를 치렀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따뜻한 위로나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 슬그머니 찾아오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3년 된 여자친구’의 안목과 센스에 내 이미지까지 마구 좋아지지 않을까.
장승은 홍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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