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0 21:00
수정 : 2006.08.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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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환 /영산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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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 공주대학교가 천안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천안공대와 통합하면서 교명을 바꾸기로 한 김에 아예 대학본부를 수도권과 가까운 천안으로 옮겨 학생 모집의 편의와 대학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겠단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 98%를 자랑하는 58년 전통의 국립대가, 그것도 행정복합도시 건설로 유리한 위치에 선 지방대가 예상되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수도권을 향해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니, 이로써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국토 균형발전은 이미 물거품인 셈인가.
수도권 인구집중이 각종 사회문제는 물론 전반적인 국가경쟁력 저하의 원인임이 자명한데도, 부동산 가치에 목매는 우리 국민들은 역시 ‘서울공화국’의 영원한 신민일 수밖에 없나 보다. 서울과 지방 모두가 잘사는 나라 만들기는 왜 이리도 어려운지, 주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연이은 선거참패가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론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이제는 공주·연기에도 행복도시 건설을 확신하는 민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권이 바뀌면 허사가 되고 말걸’, 결국 수도권의 물신이 온 나라를 지배하는 형국이다.
공주대의 천안 이전이 실현될 경우, 매달 학생들의 생활비 30억원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어 공주시 지역경제의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는데도, 김문수 경기지사는 “수도권이 잘살아야 지방도 잘산다”며 한국 경제의 침체가 수도권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과도한 수도권 이기주의의 해악성을 2300만 비수도권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깨우쳐 줄 방법은 정녕 없는 건가. 수도권 보수언론 조·중·동의 여론조작과 대중최면에 맞설 지방언론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면 지방대 교수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무릇 지방대 교수들은 수도권 과밀 해소에 따른 ‘지식과 기술의 분배’에 기대어 지역인재 양성과 취업에 소속 대학의 사활을 걸기 마련이다. 한나라당과 법조계의 비협조로 도입이 지연된 로스쿨 제도에 지역안배가 중요한 이유도, 이른바 ‘대수도권’ 논란에 각 지자체가 반발하며 선거마다 승승장구하는 한나라당에 내분이 불거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려니. 단언하건대, 지방대 교수는 대학의 활로를 수도권 근접 이전이 아닌, 그 지방 자체의 발전을 통해 모색하는 게 순리다.
2014년까지 12개 행정부처 등 총 49개 정부기관의 이전과 인구 50만의 새도시 건설 계획으로 공주대는 우여곡절 끝에나마 참여정부로부터 지방대 중 최고의 ‘특혜’를 부여받은 셈 아니던가. 꼭 그 덕분이 아니더라도 균형발전의 역사적 당위를 앞장서 주창해야 할 국립 지방대가 수도권의 끝자락으로라도 옮겨가 대학의 ‘발전’을 꾀한다는 사실은 분권화 시대에 지극히 역설적이다. 애당초 행정수도 이전이 언필칭 ‘관습헌법’의 괴력 앞에 좌절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제2의 서울대’를 꿈꾸며 웅비를 논했을 공주대의 패배주의적 ‘도피행각’은 천재지변을 일찍 예감한 들쥐떼의 탈출 러시를 연상케 한다.
쥐떼를 몰고 가는 ‘피리 부는 사나이’로 등장한 충청지역 국민중심당의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다. 모쪼록 공주대의 자구노력이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지역인재 양성으로 귀결되기를 기대하면서, 행여라도 대학이전 시도가 서울 사는 교수들의 통근 편의와 부동산 가치 보전, 자녀교육의 수월성을 위한 ‘삽질’(?)이 아니기를 빈다.
한양환 /영산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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