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23 20:50 수정 : 2006.08.23 20:50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기고

초·중등학교의 과학 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겠다던 제7차 교육과정의 엉뚱한 부작용 때문이다. 우선 과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크게 줄어버렸다. 전국의 자연계 학생 중에서 인기가 가장 좋다는 ‘화학 Ⅱ’를 선택한 비율이 13.9%에 지나지 않는다. 존폐 위기에 빠진 물리와 지구과학 교사들에게 다른 과목으로 전공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과학에 할당된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 과학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수많은 과목의 하나일 뿐이라는 교육부의 고집스러운 신념 탓이다. 우리 교육부는 과학이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과학을 가르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외면해 버렸다. 교육부에는 오로지 과목 사이 균형만이 중요할 뿐이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중에서 학생이 원하는 영역만 선택해서 가르쳐도 된다는 교육부의 이상한 믿음도 문제가 된다.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배웠다고 영역이 다른 생명과학이나 첨단 나노 과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과학은 심심풀이 맛보기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심화과목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선택을 해주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교육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어려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가르치기 어려운 내용을 교육 과정에서 빼버려서 과학을 쉽게 만드는 기막힌 전략이 대안처럼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로 우리 과학 교과서에서는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개념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돼 버렸다.

이러한 과학 교육의 부실이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이라는 국정 목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오늘날 과학은 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학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에게 필수 상식이라는 뜻이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제 모든 학생들에게 어려운 과학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과학 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정부에 과학 교육을 전담하는 ‘과학교육국’을 설치해야 한다. 교육부가 아니라면 과학기술부에라도 설치해야 한다. 과목 사이 균형과 낡은 교육 과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만을 믿을 수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과학자와 과학기술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 과학기술부는 교육부와는 전혀 다른 발상으로 과학 영재 교육에 성공해 왔다. 최근 국제 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무엇보다도 과학 교육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서 모든 과학을 필수로 가르쳐야 하고, 교육 과정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과학 교사 양성을 위한 사범대학의 교육 과정도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사범대학에서 배운 전공만으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을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다. 과학 분야의 전공 교육은 과감하게 자연대로 떠넘겨야 한다. 사범대학에서는 과학을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교수학습 방법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과학 교사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진정한 과학 교육은 불가능하다. 부처나 학과의 이기주의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