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7 18:18
수정 : 2006.08.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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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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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민영의료보험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보험회사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 제정 철회를 위하여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사실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는 ‘보험업법’이 보건의료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보험업법’이 보험상품 일반에 대하여 규정을 하고 있어 각 상품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보험업법’ 이외의 별도 법을 제정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보험과 관련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다. 이처럼 자동차보험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한 독립 법안이 운영되고 있다면, 의료비를 대상으로 하는 민영의료보험과 관련한 독립 법안을 검토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관리와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이는 민영의료보험 회사가 건강한 가입자만 골라 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입자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상품과 약관을 표준화하며, 집단 보험료율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보험 가입자를 보호하려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는 민영의료보험이 발달한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각 나라에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영의료보험 시장이 이미 10조원 안팎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관리와 규제가 적절한 수준인지, 현재의 ‘보험업법’만으로 충분한지 평가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것을 더 늦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험업법’ 이외에 의료비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없다. 문제는 민영의료보험의 피해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 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보험상품에 대한 관리가 없으니 수백가지나 되는 보험상품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어떤 질병이 보장되며, 어떤 입원의 경우 보험금을 타지 못하는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꼼꼼히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이것이 피해 사례의 주요한 원인이다. 여기에 보험회사의 횡포는 더욱 결정적이다. 과거 질병을 앓았던 자이거나 장애인은 사실상 보험 가입에서 배제한다. 보험에 가입한 자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신청하면 ‘고지의무 위반’이나 ‘보험금 지급 사유’를 엄격하게 따져 민원과 분쟁이 계속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피해와 분쟁 사례는 보험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계속 늘고 있다. 이는 결국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관리와 규제가 현재 수준에서 충분하지 못하며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민영의료보험법’은 별도의 법안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의료비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공익적인 성격을 갖도록 유도하며,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함이다. 기본적으로 보험은 여러 사람이 함께 위험에 대처하는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윤을 위한 상품으로 여겨질 때 보험은 가입자의 피해를 발생시킨다. 이를 위한 적절한 관리와 규제를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한다. 곧 열릴 정기국회에서 이와 같은 법률이 반드시 제정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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