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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5 17:17 수정 : 2006.12.05 17:17

이재봉/원광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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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종결 문제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및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에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전쟁 종결을 공식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머지 않아 북한과 미국 사이에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이 맺어지거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져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될 것 같은 전망을 갖게 하기 쉽다.

한국전쟁이 실질적으로는 1953년 7월 끝났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53년 7월 맺어진 것은 ‘전투 행위를 잠시 멈추고 쉬자’는 정전협정이요, 휴전협정이지, ‘전쟁을 끝내자’는 종전협정이나 ‘평화롭게 지내자’는 평화협정이 아니었다. 짧게 잡으면 1년, 길게 잡으면 3년 동안 화끈하게 전투를 벌이다 50여년 동안 어정쩡하게 멈추거나 쉬고 있는 것이다.

부시의 발언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정전 상황 또는 불안정한 휴전 상태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만시지탄이니 하루라도 앞당겨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진정성이 부족하고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이라는 조건이 달렸기 때문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이 먼저 행동하도록 요구했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해주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고려하겠노라고 주장했다. 이에 북한은 그럼 ‘네가 먼저’ 또는 ‘내가 먼저’ 행동하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동시 행동’을 취하자고 물러섰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네가 먼저’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는 미국이 먼저 한국전쟁 종결을 공식 선언하더라도 핵을 포기하기 어렵지 않을까. 전쟁 종결 선언은 그야말로 말 몇 마디면 충분하고, 그에 따른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 또는 국교 정상화는 글 몇 줄이면 된다. 북한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물적 담보’가 안 되는 것이다. 북한이 생각하는 대북 안전보장의 물적 담보는 주한미군 철수다. 핵무기를 폐기해 버리면 미국이 조약이나 협정을 무시하고 침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의 학자들이나 관리들은 “주한미군이 철수해 외부 위협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선군 정치는 지속될 것이고 핵무기는 폐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경제지원의 물적 담보는 경수로 완공이다.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중유나 전력을 아무리 많이 제공한다 할지라도, 이는 폐기 이후의 상황에 따라 쉽게 중단될 수 있다. 이에 반해 경수로가 완공되면 상황의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이나 미국의 처지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를 이루기 어렵다. 첫째, 남한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이 남침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군들이 남한 땅에 주둔하며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어도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둘째,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주한미군을 유지해야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결코 자발적으로는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을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왔어도 미국이 한사코 거부해 온 배경이요, 곧 6자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핵문제가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주한미군에 관해 진지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한 때다.

이재봉/원광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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