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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1 17:58 수정 : 2006.12.11 17:58

김재일/예장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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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적인 살처분이 행해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안도의 숨을 쉬기도 전에 또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들에게 무슨 병이 돌기만 하면 대규모 살처분이 행해진다. 언론과 소비자들은 호들갑을 떨고,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관계자들의 시식 행사가 이어지는 소동이 해마다 되풀이된다.

생각해보라. 당국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겼다고 추정하는 철새들은 그 먼 북쪽 지방에서부터 우리나라까지 건강하게 날아왔다. 그 철새들은 아무리 길을 막고 방역을 하고 살처분을 해도 오늘도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닌다. 또한 세균 수만 마리가 공기 중에 있다고 해도 면역력이 제대로 있으면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나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현대에 들어 갑자기 나타난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대에 문제가 되는 것은 공장형 축산과 양계가 대단위로 보급되면서 동물들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로 인해 한 마리만 감염되어도 줄줄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과 양계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히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양계 부문이 가장 발달해 있다. 공장식 양계에서는 닭들이 생명체로 대우받지 않고 오직 상품으로 생산된다. 어두워지면 모이를 먹지 않는 닭들을 속이려고 밤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혀 재우지 않고 빨리 먹고 빨리 자라게 한다. 시차만 바뀌어도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닭들은 어느 지경일까? 게다가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로 몸을 억지로 뻥튀기하면서 닭의 몸속에는 독소들이 많이 축적된다. 또한 몇 천 마리를 우리에 가두어 꼼짝도 못하게 하는 극도의 과밀 환경에서 운동은커녕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암수를 각기 별도의 생산라인에 모아놓고 암놈한테서는 계란을, 수놈한테서는 계육을 뽑아낸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독수공방을 하는 닭들이 자연스런 욕구를 억제당하는 것에 따른 스트레스는 또 얼마나 크겠는가?

이제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해마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닭과 그 주변의 멀쩡한 동물을 잡는다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영세한 양계업자들이 자살하는 죽음의 행진곡을 멈출 수 없다. 과도한 육식이 암을 비롯한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은 부실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숨은 주역이자 가정 파괴범이다. 육식을 하더라도 적게 먹되 바른 것을 먹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제는 생명체로서의 닭을 키워야 한다. 최소한 밤에는 자고, 암탉과 수탉이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나마 같이 살고, 땅을 밟고 살아가게 해야 한다. 밀도는 낮추고 가끔은 채소나 풀도 먹게 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그런 달걀과 닭에 대해서는 제값을 주어야 한다. 일반 양계가 이틀에 세 알을 낳으면 유정란은 사흘에 두 알 정도 낳고, 일반 육계가 30일 정도면 다 크지만 자연 육계는 45일, 농가 텃밭에서 키우는 닭은 6개월은 지나야 한다. 생산성은 낮지만 그만큼 안전하다. 생산자는 자연에 가까운 농축산물을 정직하게 생산하고,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만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미국의 강력한 축산물 수입 개방 압력을 극복하는 길이다.

병을 고치는 것은 약이 아니라 면역력이다. 걱정과 근심, 호들갑과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많이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만든 이 죽임의 행진곡을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 닭이나 소나 돼지나 개들이 살처분을 안 당해도 될 뿐만 아니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역천자는 망하고 순천자는 흥한다.

김재일/예장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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