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2 17:05
수정 : 2007.02.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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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한/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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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이유 사건을 수사한 검사의 거짓진술 강요는 담당 검사의 무리한 수사뿐만 아니라 몇 명의 검사가 더 관련된 것으로 보도되어 더욱 문제가 됐다. 또한 이를 폭로한 강아무개씨가 지난해 검찰총장에게 거짓진술 강요내용을 진정하였는데 묵살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보복성 수사와 세무 조사까지 당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의 부당하고 인권 침해적인 수사방식과 절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해 전에는 수사관의 가혹행위로 피의자가 사망하고, 작년에는 인천에서 사기혐의 피의자가 수사 도중 담당 검사로부터 반말과 욕설 등 심한 폭언을 당했다고 녹취록을 공개하여 담당검사가 사과를 하기도 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국회의원과 변호사가 수사를 받고 나서 친정인 검찰을 향해 격렬한 용어로 맹비난을 한 적도 있다. 한 사람은 무죄가 확정되었고 또다른 한 사람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을 보면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수사단계에서의 적법절차 준수, 피의자의 인권보장은 어떤 이유로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 헌법도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도 검사가 신문 전에 반드시 피의자에게 진술 거부권을 알리도록 돼 있다. 법정에서도 재판장이 모든 피고인에게 위 규정을 고지해 준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열 사람의 죄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무고한 한 사람을 벌하지 말라’는 격언은 형사법의 금과옥조다. 커다란 권력기관인 검사나 경찰 앞에서 조사를 받는 피의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수사의 밀행적인 특성상 인권침해 소지가 많기 때문에 곳곳에서 수사 절차상 적법절차 준수나 인권보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검찰이 부당하고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부 검사의 공명심, 지나친 자백 의존 수사 관행,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강력한 증거능력 인정 등에 기인한 것이다. 검찰의 수사나 공소유지의 편의를 위해 몇 십년 동안 강력한 효력을 발휘해 온 형사소송법 제312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강력하게 인정해 준 이 규정 때문에 지나치게 자백 위주 수사를 해 온 것이다. 그러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도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은 매우 바람직하며, 자백의존 수사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거짓진술, 자백강요를 제도적으로 방지하자면 이 대법원 판결을 반영하여 해당 형사소송법 조항을 시급히 개정하여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거짓진술 강요에 이어 법정에서까지 거짓진술을 하도록 한 것은 헌법, 형사법에 반하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뒤늦게나마 검사장이 사과를 하고, 감찰부장을 비롯한 9명의 검사를 감찰인력으로 투입하여 조사에 착수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번만큼은 용두사미에 그치지 말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여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나 징계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재발을 방지하고 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검찰의 위법한 수사관행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피의자가 원하는 경우 수사 도중 피의자 진술의 영상녹화, 수사과정 기록, 수사기관의 목록 작성 의무, 피의자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게 하는 제도 등의 실질화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이를 하루빨리 통과시켜 수사 과정이 투명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경한/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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