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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7 17:37 수정 : 2007.03.07 17:37

이병철/평화협력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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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북한을 방문 중이다.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로 판단해 방북을 허용한 듯하다. 2·13 합의로 오랜 숙원인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해 온 대남협력의 물꼬마저 트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개성에서 만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과 연두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문은 열려 있다” “6자 회담과 정상회담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지난 2월16일 이탈리아 로마 동포 간담회에서는 ‘북한에 다 줘도 남는 장사’란 말을 꺼내기도 했다. 여기에다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취지로 회담 시기에 넌지시 한 자락을 깔았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고려하여 2차 정상회담이 상반기 중에 열리기 위해서는 4월 이내 양쪽 특사교환 합의 등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

1차 정상회담을 위해 남북은 2000년 3월9일부터 4월8일까지 싱가포르, 상하이, 베이징 등지를 옮겨 다니면서 네차례의 특사접촉을 하였으며, 차관급 준비접촉도 판문점에서 5회에 걸쳐 진행됐다. 경호·의전 및 통신·보도와 관련한 실무접촉도 여러 차례 있었다. 전례가 없는 회담이었기에 양쪽이 세밀하게 조율해야 할 의제가 많았다. 1차 정상회담이 ‘국빈방문’이었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을 ‘실무방문’으로 추진한다면 준비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개성은 서울에서 불과 60㎞ 떨어져 있어 하루 ‘알짜배기 회담’을 하고 돌아오기에도 무리가 없다. ‘셔틀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가 개성이다.

개성에서의 정상회담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첫째, 김 위원장의 개성방문은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답방요구를 희석시키면서 서울 방문에 따른 남한 안 반대 세력들의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다. 김 위원장 역시 대한항공기 폭발 및 아웅산 테러에 대한 사과, 그리고 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을 것이다.

둘째, 북한 군부의 동향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평양을 비우면서까지 서울 방문을 ‘감행’하는 것은 김 위원장 형편에서는 정치적으로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경호 문제 등으로 제주도까지 내려 올 형편은 더욱 아니다.

셋째,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노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상응하는 ‘커다란 선물’을 줄 형편에 있지 않다. 개성에서의 만남은 따라서 자연스레 선물의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개성공단은 고비용 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한 중소기업에는 숨통을 터주는 활로가 되며, 북한에는 경제적 이익과 함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배울 수 있는 이른바 윈-윈 학습장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은 변화된 남북 경제협력의 모델이다. 개성공단 사업이 금년도 통일부가 추진해야 할 6대 전략목표 중의 하나로 선정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차 개성공단 입주와 함께 곧 남북한 철도 시험운행이 이루어지는 등 안으로는 남북 화해 무드가 새롭게 조성되고, 밖으로는 정전협정 상태를 끝내고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토대 마련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송악’에서 풍악이 울려지기를 기대한다.


이병철/평화협력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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