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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4 17:53 수정 : 2007.04.24 17:53

김인봉/잠실여고 국어교사·<교육방송> 출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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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방송>(KBS)은 ‘추적 60분’ <교육부의 비밀병기 ‘EBS 수능강의’의 실체>를 통해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를 단숨에 무기력한 집단으로 치부해 버렸다. 방영을 자제해 달라는 교육방송 사장의 요청을 공개적으로 묵살하면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당연히 사교육 시장에는 쾌재를 부를 만한 쾌거였으리라.

특히 우리 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냉철히 진단하고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몰아갈 필요가 없었음에도 교육방송을 특정 입시학원(이하 ㄱ사)과 그다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잣대를 들이대며 비교한 끝에 ㄱ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해당사의 주가를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꼴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일견 피해자는 교육방송인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인 피해자는 교육방송을 믿고 따랐던 일반 수험생들이다. 특히 유료 강의를 들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교육방송 강좌를 알뜰히 수강해 오던 재학생과 재수생, 삼수생들, 그리고 주어진 여건에서나마 알토란같이 만들어진 강의들을 수강하며 뿌듯해하던 중소도시 이하 지역의 수험생들이다. 단순히 통계수치에 입각하여 ‘EBS 수능강의’의 이용률이 낮다고 지적하는 데 대하여 여기서 다시 왈가왈부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무의미할 수 있다. 통계 수치는 어차피 그것을 활용하는 주체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선정·해석되기 마련이다.

‘EBS 수능강의’를 폄하하는 이들은 흔히 학생들이 ‘EBS 수능강의’를 보는 것은 순전히 강의의 질보다 수능시험과 연계한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방침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평가원의 수능 연계 방침이 대부분 교육방송 교재를 중심으로 실현되고 ‘EBS 수능강의’는 교재 해설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필요에 따라 교재만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도,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 점유율은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자본주의 속성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의 통념상 모든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방송만의 장점이 오히려 교육방송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학교 현장에서 보면 무료라는 점이 일부 학생들에게는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또 수강생들의 응집력을 떨어뜨려 언제든 수강을 중단해도 아쉽지 않은 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생동감 있는 현장 강의를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에 일면 동의하면서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점 또한 말하고 싶다. 현장 강의는 당연히 일련의 강의 과정을 수강할 필요가 있는 수험생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사교육 시장의 원리에 따라 속된 말로 ‘먹히는’ 강의에만 집중할 수 없는,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데에 교육방송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처럼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방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기꺼이 개설해 온 수많은 강좌들을 두고 ‘백화점식 나열’이라 치부하고, 일부 유료 동영상 강의와 견주며 경쟁력이 없다고 비난한다면 교육방송으로서는 무슨 답변을 할 수 있겠는가.

교육방송은 때로는 부당한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개선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언론에서도, 추구하는 가치와 범주가 다른 두 대상을 의도를 가지고 비교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사교육 문제의 해소가 우리 사회의 진정 중요한 과제라면 교육방송이 훌륭히 그 몫을 완수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인봉/잠실여고 국어교사·<교육방송> 출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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