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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1 17:41 수정 : 2007.05.11 17:41

이세중/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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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WSSD)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빈곤층에 적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과제’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최소 16억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세계 에너지 빈곤층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정부의 에너지 공급 의무를 강조한 지구적 차원의 선언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가구의 8%에 이르는 약 130만 가구가 광열비 등 에너지 구입비용으로 가구소득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으로 추정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 심화와 저소득층 확대, 최근의 지속적인 국제 원유가격 급등 등은 에너지 빈곤층을 더욱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조사 결과, 2004년 한 해 동안 국민의 3.5%에 이르는 156만명이 하루 이상 단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5년 5월 현재 전체 도시가스 사용 가구의 0.8%인 9만1202가구가 도시가스 공급 중단으로 고통을 받았다. 이처럼 저소득층의 에너지 소비 여건이 악화되고 있으나 다른 복지정책과 달리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정책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사회적 취약계층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시행된 에너지기본법 제4조 제5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 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에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에너지 관련 공·사기업의 출연으로 에너지복지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재단이 출범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에너지 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사업 첫해인 올해 산업자원부의 위탁으로 취약계층 1만 가구에 보일러 등 난방설비를 제공하고 단열시공을 병행하는 ‘저소득층 난방 지원 및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시행에 착수했다. 이처럼 에너지 빈곤층 해소 프로그램을 가동시킨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의미있는 시작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 첫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07년을 ‘한국 에너지 복지의 원년’이라고 규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에너지재단은 그제 에너지 기업 대표들과 함께 ‘에너지복지 원년 선포식’을 열고 에너지 복지헌장을 채택하는 등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이 적극적인 에너지 복지 구현을 다짐했다.

에너지는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의 하나가 되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규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적정 수준의 에너지 사용권 보장은 에너지 기본권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선진국 평가 기준으로 그 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을 중요한 잣대로 삼을 정도다. 그런만큼 에너지 부문의 복지 확대가 절실하다. 법·제도, 재원뿐만 아니라 내실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구성원 두루 에너지 복지를 공동체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으로 인식하고 관심과 참여를 통해 에너지 빈곤층 해소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에너지 복지 원년’, 단전 끝에 촛불을 켜고 생활하다 참변을 당하는 일이 다시는 우리 이웃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세중/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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