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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4 17:13 수정 : 2007.07.04 17:13

주명룡/대한은퇴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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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 고령화 속도 면에서 세계 1위다. 저출산까지 겹쳐 2018년 노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수정해야 할 판이다. 빠른 변화는 복합적인 사회적 갈등을 낳는다. 노인 부양비의 급증, 사회복지 예산 증가, 연금재정 불안, 노동력 공급 저하로 인한 경제 하락 등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고령화의 급속 진전으로 발생하는 사회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주택에 대한 노년층의 인식 개선이다. 최근 조사를 보면 전체 노년층의 약 13% 정도가 자산 소득, 약 28%가 근로사업 소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이 넘는 특수직 연금 수급자가 3.1% 수준이다. 이들을 빼면 절반이 넘는 노인들의 수입이 용돈 수준이거나 이에도 못 미치는 상태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65살 이상 노인들의 주택 보유율이 78%를 넘는다고 하니 상당수는 이른바 ‘집 부자, 주머니 텅텅’(House Rich, Cash Poor)인 셈이다. 고가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쓸 생활비는 모자라는 ‘가난한 부자들’이다.

‘가난한 부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택을 유산으로 물려주겠다는 상속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대한은퇴자협회(KARP) 회원과의 소그룹 토의, 온라인 여론조사 등의 결과는 이러한 생각을 더욱 굳게 한다. 그러나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부모들에게 ‘자식들이 그런 부모 마음을 이해할까?’라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한숨을 내쉰다.

경제개발의 역군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현재의 장노년층은 집 한칸, 땅 한평을 마련하기 위해 땀과 열정을 바쳤다. 그런 노력의 대가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보상 심리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핵가족화로 부모 부양 의식이 갈수록 엷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부모의 외사랑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구나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가 미래 세대의 자립심마저 흔들고 있다는 점을 부모 세대들은 주목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우리 청소년의 약 84%가 대학원 학자금까지, 약 27%는 결혼 이후의 생활비까지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모들의 편협한 외사랑이 빚은 결과다.

부모 세대는 이제 구시대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사고와 균형 잡힌 경제관념을 가져야 할 때다. 적지만 받고 있는 연금, 약간의 저축 등을 이용한 재정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곧 선보인다고 하는 종신형 역모기지론 ‘주택연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주택금융공사가 시행하는 주택연금은 65살 이상의 노년층이 집을 담보로 맡긴 뒤 자기 집에 살면서 매월 연금 형식의 생활비를 평생 받는 제도다. 노년층의 복지 문제 해결은 물론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기대할 수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예상된다.

미국의 저명한 재정설계사 스티븐 폴란은 저서 <다 쓰고 죽어라>에서 중장년층에게 파격적인 권고를 하고 있다. 자식에겐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인생을 위해, 또 지향하는 바를 위해 쓰고 누리라는 것이다. 못 입고 못 먹고 아끼고 모은 것을 한 푼이라도 자식들에게 남겨주려고 안달인 우리의 ‘가난한 부자들’이 귀담아야 할 충고다.

자식과 함께 의미 있는 여행으로 추억도 만들고, 손자들에게 시시때때로 용돈도 주면서 당당하게 노후를 보내 보자. 평생의 자산을 활용해 여유 있는 노후 재정 계획도 세워 보고,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의미 있는 족적도 남겨 보자. 그것이 우리가 젊은 시절 기대했던 노후가 아닌가? 다 쓰고 가자. 그래서 마지막에 떠날 때도 가볍게 훨훨 새처럼 날아가자.

주명룡/대한은퇴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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