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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5 18:04 수정 : 2007.08.15 18:04

문규현/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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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정상회담이 곧 평양에서 열린다. 1989년 8월15일, 평양 청년학생 대축전에 참가한 임수경과 함께 판문점을 넘어 북에서 남으로 넘어왔던 나로서는 감회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분단 이후 민간인이 판문점을 통과한 것은 처음 있었던 일인지라 온나라가 벌집 쑤신 듯했던 그 사건으로 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 하여 3년6개월여 감옥에 있어야 했다.

마침내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6·15 선언이 발표되는 것을 감격스럽게 지켜보았다. 이제 다시 2차 남북 정상회담이라니, 개인적으로 겪었던 여러 고통들은 오히려 영광이고 축복이다. 그동안 남과 북을 잇고자 분단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화통일의 길에 투신하고 희생을 다했던가.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하고자 제 몸 바쳐 다리를 만들어준 수많은 까치와 까마귀들 이야기, 그 오작교 전설처럼 말이다. 정상회담에는 이들의 염원과 바람이 투영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협을 통한 신뢰구축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건 진정한 의지만 있다면 주무부처에서 얼마든지 알아서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어렵게 이뤄진 정상회담이라면 그 이름과 품위에 걸맞은 획기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7·4 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6·15 선언을 이어가고 확고히 하는 의미가 있다. ‘신뢰’라는 단어 뜻을 새삼 찾아보니 ‘굳게 믿고 의지함’이라고 나와 있다. 외적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은 신뢰가 아니다. 그러자면 남북 사이 불신의 장벽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데 필요한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여러 역사적인 선언들이 나왔음에도 핵심에는 여전히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 아닌가.

1989년 8월, 판문점을 통해 남쪽으로 넘어오기 전 나는 주한미군이 남한에서 나가줄 것과 평화협정 체결을 호소하였다. 남쪽을 지키는 판문점의 주인은 명백히 미군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한 믿을 수 없게도 여전히 우리는 잠시 휴전이라는 정전협정의 살얼음판 위에서, 서로 총부리 겨누는 것이 당연한 전시체제를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단세월이 62년을 넘어가고 남북 정상이 두 번째 만나는 이 시점에도, 그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세상에 더없는 수치이고 상호불신의 극명한 현장이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할말은 하겠다던 그 초심을 이번만큼은 과감하게 발휘해주기 바란다. 한반도에 자주와 평화,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역사적 대업을 이뤄달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평화협정 체결과 그 이행 과정에서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켜 한반도 자주를 실현하겠다는 것, 그에 맞춰 남쪽에 드리워진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군축도 당당하게 선포할 수 있기 바란다. 아울러 통일 방안과 민족 통일기구 구성에 대한 진전도 이뤄주길 기대한다.

이런 역사적 대업을 이뤄준다면 나는 진심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나를 두 번씩 감옥에 넣었던 보안법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고, 내가 있는 성당의 신도인 한 선생님이 학교 아이들에게 통일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그 법에 엮여 고초 겪는 걸 지금도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이토록 모순된 상황 속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시끄러운 현실도 일단 접어두련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과 자주국가를 향한 확고한 의지와 실천 방향에 합의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문규현/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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