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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7 18:13 수정 : 2007.09.17 18:13

송민순/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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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가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로 한동안 진통을 겪고 나니, 올해 라마단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라마단은 이슬람 신도들에게 성스럽고 중요하겠으나, 우리에게는 두루 그 의미조차 생소해 무관심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라마단을 맞으면서는 우리 모두 이슬람 세계와 문화를 한 번쯤 돌아보았으면 한다.

이슬람을 떠받치는 기둥은 다섯이 있다. 신앙고백·예배·단식·자선·성지순례가 그것이다. 이슬람 달력상 아홉번째 달에 해당하는 라마단에는 단식을 하도록 돼 있다. 노약자·임산부·환자를 제외한 모든 무슬림은 동트기 직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는 음식을 입에 못 댄다. 이는 자기 절제 및 마음의 정화 외에도 약자의 고통을 이해함으로써 불행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 및 공동체 의식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자비·사랑·평화를 강조하는 점에서 이슬람은 여타 종교와 다를 바가 없고, 그리하여 13억의 신자를 거느린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한 것이다.

이슬람 문명이 오늘의 서구 문명을 있게 한 과학 기술의 원천이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십자군 전쟁 때 자비를 베풀어 많은 이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살라딘, 천일야화로 대표되는 이슬람 문학, 신드바드로 상징되는 이슬람 상인, 인도에서 유래한 십진법 숫자 체계의 발전 및 전파, 아랍어에서 유래한 수많은 과학 용어는 역사가 깊고 화려했던 이슬람 문화와 문명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는 중동에서 원유의 약 82%와 천연가스의 약 60%를 도입하고 있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의 이슬람 국가로 확대하면 이 수치가 90%가 넘는다는 점에서 이슬람권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이슬람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고, 때론 굴절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쿠란” 식의 왜곡된 시각이 각인되어 이슬람은 호전적이라는 편견이 굳어졌고, 은연중에 일부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를 이슬람과 결부시켰다. 이런 편견을 버리고 균형된 시각을 가지려면 이슬람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바라보는 우리가 국제사회의 선도국가 대열에 합류하려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지구상의 여러 문명권과 다변화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자면 이슬람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슬람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이해관계에 비해 이슬람 지역 연구를 위한 우리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우리 정부뿐 아니라 기업 및 학계에도 이슬람 지역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은 지난번 아프간 피랍사건에서도 아쉬웠던 점이었다. 이슬람 세계의 여론은 지난번 피랍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몫을 했고, 이 지역에 대한 충분한 전문지식과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이번 사건이 새삼 일깨워주었다.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의 하나는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학계·기업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이 지역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전문가 양성 및 활용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중동지역과 이슬람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교류를 확대시키고자 민간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중동 소사이어티’(Middle East Society)라는 기구를 올해 말 창설토록 추진 중이다. 한국과 이슬람, 그리고 중동지역의 다리구실을 할 이 재단은 학계·경제계·문화계·종교계·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촉진하고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증진시키는 구심체가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나라는 한 차원 더 높은 외교지평과 더 넓은 삶의 공간을 열어갈 것이다.

송민순/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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