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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1 18:18 수정 : 2007.10.21 18:18

정희준/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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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세계적’인 디자인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가 많은 시민단체와 문화유적 전문가, 그리고 운동장 안의 풍물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많은 상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초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모양새를 지켜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오세훈 시장이다. 이런 계획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어떤 생각으로 이를 밀어붙이는가. 이걸 과연 결단력이나 추진력 정도로 표현하고 말아야 할까.

변호사이자 환경운동을 했다는 젊은 오세훈 시장의 역사인식에 나는 주목한다. 동대문운동장은 1925년 일제가 조선시대 옛 훈련원 자리에 지은 근대 초기의 건축물이다. 당시 경성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던 이 운동장은 일본의 고시엔 경기장 다음으로 큰 경기장이었다. 여기에서 연희전문 학생 이영민이 최초의 장외홈런을 날렸고 경평축구가 열리기도 했다. 2만 관중이 모여 일본 경찰을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이곳은 축구, 야구, 수영, 배구 등 근대 스포츠의 시작을 지켜봤다는 역사성 외에도 일제 강점기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했던 곳이다. 해방 후에는 시대의 변화와 아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찬탁과 반탁 집회가 열렸던, 해방 이후 대표적 군중집회 장소이기도 했고 백범 김구와 몽양 여운형의 장례식이 치러지기도 했다. 이웃 나라를 알게 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느끼게 해준 박스컵 축구 등 수많은 축구 경기, 그리고 우리의 고향을 다시금 외치며 열광하게 해준 고교야구의 성지였다는 것은 많은 ‘우리’가 기억할 것이다.

비슷한 시기 지었던 조선총독부와 화신백화점은 이미 헐렸고, 서울시청도 곧 헐릴 운명이다. 그런데 동대문운동장이 헐린다는 소식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철거가 사실상 서울시의 도심 재개발을 위한 땅장사라는 점 때문이다. 총독부였던 중앙청은 민족의 수치를 없애자던 당시 나랏님의 ‘비역사적’ 고집 때문이었지만 지금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오세훈 시장의 천박한 ‘반역사적’ 인식 때문이다. 역사가 서울시의 돈벌이만도 못한 것인가.

나는 오세훈 시장의 천박한 역사인식과 더불어 그의 ‘서민’에 대한 시각에 주목한다. 현재 동대문운동장 내 풍물시장에 있는 940여개 점포가 말해 주듯 이곳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고 생계의 전제가 된다. 이들은 이명박 전임시장이 청계천을 개발하면서 이곳으로 옮기기만 하면 세계적인 풍물시장으로 만들어 주고 홍보도 해 주겠다 해서 옮겨온 것이다. 그런데 새 시장이 와서는 나가라고 재촉을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이 동대문운동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의 배려였지 이들에게는 운동장에 대한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세계적 풍물시장’은 구경도 못하고 또 쫓겨나게 된 것이다. 신설동에 새로운 풍물시장을 만들어 주겠다는데 과연 그곳에 가면 세계적인 풍물시장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결국 더 변두리로 내모는 것이다.

12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울을 ‘명품도시’로 변모시키려는 오 시장의 계획에서 서울의 서민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이기엔 ‘창피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는 2009년까지 서울시내 가판, 구두수선대, 교통카드판매대 등을 ‘도시미화’를 위해 없애기로 하지 않았는가. 서울시는 누구를 위한 곳인가. 서울시민인가 외국인인가. 오 시장은 ‘명품도시,’ ‘국제도시’를 원하는가. 시민들은 ‘살기 좋은 도시’를 원한다. ‘명품’ 좋아하는 오 시장에게 서울시의 서민은 정녕 창피한 존재, 보이지 말아야 할 존재일 뿐인가.

정희준/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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